안중근 의사와 그 어머니
안중근 의사와 그 어머니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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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석 (진주보훈지청 보훈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 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네가 만일 이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사형언도를 받은 것이 억울해서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네가 일본에게 너의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이다. 너는 대한을 위해서 깨끗하고 떳떳하게 죽어야 한다.” 이 말은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안중근에게 보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마지막 편지 한 구절이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반, 안중근 의사는 만주 하얼빈역에서 일본총독 이토 히로부미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7발의 탄환 중 3발이 이토의 가슴에 박혔고 나머지 4발은 수행원들의 몸에 박혔다. 러시아 코코체프 재상과 회담차 열차편으로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는 의장대 사열을 받던 중 안중근 의사의 저격을 받은 것이다. 목적을 달성한 안중근 의사는 그 자리에서 “대한만세”를 세 번 부르고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됐다. 이후 여순감옥으로 이송돼 11차례의 재판을 받고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다. 실제로 감형될 수도 있으니 항소하라는 일본인 변호사의 말에 “나는 처음부터 무죄요, 무죄인 나에게 감형 운운하는 것은 치욕이다”며 32세의 의로운 생을 마감했다.

죽음을 며칠 앞둔 안중근은 안정근·안공근 두 아우에게 “내가 죽거든 시체는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반장(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그가 살던 곳이나 고향으로 옮겨 장사를 지냄)하지 마라.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3년전 1910년 3월 26일의 일이다. 안중근 의사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그리고 교수형을 받는 순간까지도 어찌나 근엄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여 주었던지 그를 호위하던 일본인 헌병 지바 도이치 씨는 존경과 감탄을 금할 수 없던 나머지 제대를 하고 나서 일본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대림사(大林寺)에 모셔 놓고 향을 피워 드렸으며, 한·일 양국의 명예로운 친선과 평화를 염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부인이 계속했고, 지금은 지바 씨의 문중에서 모시고 있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가 이렇게 목숨을 바치면서 역사적 거사를 하고 의연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음은 모두가 그의 어머니의 힘이 강인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일본 경찰 책임자가 안 의사의 어머니에게 찾아가 “당신 아들이 이토 공작을 살해해 두 나라에 큰 변란이 일어났는데 그처럼 태연할 수가 있느냐? 당신의 자식교육이 잘못된 탓인데 그래도 죄가 없다고 발뺌하겠느냐”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여사는 “내 아들이 나라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내 알 바 아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 나라의 일로 죽는 것은 국민된 의무다. 내 아들이 나라를 위해 죽는다면 나 역시 아들을 따라 죽을 따름이다”라고 의연히 항변했다고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분들과 그 뒤에 이런 훌륭한 어머니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재석·진주보훈지청 보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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