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不知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법의 不知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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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경남지방경찰청 총경, 법학박사)
고대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이는 사람이 혼자만이 살 수가 없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다 보니 자연적으로 질서와 약속이 생기게 되고,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그 약속이 지금 말하는 법으로 탄생된 것이다. 법(法)이란 한자로 보면 물수(?)에 갈거(去)로 물이 흘러가듯 자연의 이치와 같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듯 법이란 우리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서로간의 약속이며, 약속을 지킬 때 서로 신뢰하는 우리가 되고 가족이 되고 시민이 되고 국민이 되는 것처럼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약속을 몰랐다고 우기면 될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로마법 격언에 ‘법의 부지(不知·알지 못함)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법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의사능력이 있는 보통인이라면 법을 몰랐다고 우겨도 안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길에서 비싼 보석을 주어서 죄가 안된다고 생각하고 슬쩍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팔아먹는다면 착오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법은 본래 상식이며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현대사회에 법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거나 기술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법은 지켜야 한다.

국민을 대표한 국회가 만든 법은 우리 국민의 서로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 약속이 파기되지 않았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그렇게 할 때 신뢰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은 상식이며 자연의 이치라고 볼 때 현실에 알맞게 만들거나 고쳐져야만이 잘 지켜질 것이다.

그래서 최근 현실에 맞도록 경범죄 처벌법을 개정하여 3월 22일자로 시행하게 되었다. 그 개정된 내용 중에서 신설되는 규정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가 신설됐다. 소위 말해서 파출소 등에서 술에 취해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정하는 행위도 처벌된다는 것이다. 비록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폭력을 행사하면 공무집행 방해죄가 될 수 있음) 처벌될 수 있다. 이 경우에 예전에는 파출소에서 가래, 침, 소변을 보는 등 소란을 피우더라도 주거가 일정하면 체포하거나 수갑을 채우지 못했는데 이젠 주거에 상관없이 체포될 수 있다. 법이 더 세졌다고 보면 된다. 예전처럼 술에 취해 실수 아닌 실수라고 변명할 수도 없으며 큰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속적 괴롭힘(일명 스토킹)을 신설했다. 즉 상대방이 싫다는 의사표현에도 따라다니거나, 연락하거나, 지켜보거나, 잠복하여 기다리는 등 계속적으로 참기 어려운 침해행위는 처벌받게 되었다. 다만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괴롭힘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명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광고물 무단부착 등을 신설했다. 예컨대 야한 전단지 등 광고 인쇄물을 차량에 끼우거나 거리에 뿌리는 등 무질서 현장을 만드는 경우 처벌받도록 했다. 넷째, 구걸행위를 신설해 처벌받도록 했다. 즉 구걸하면서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는 행위는 처벌된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길에 엎드려 구걸하는 것은 처벌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쉽게 일어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처벌받도록 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논란이 된 과다노출의 경우에도 법 개정 전에는 즉심에 넘길 수 있었으나 오히려 처벌수위를 낮춰서 5만원의 범칙금으로 하였다. 이는 소위 바바리맨 경우와 같이 형법상의 공연음란죄에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경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개정됨으로써 법과 현실과의 거리를 좁혀 법의 실효성을 높임과 동시에 상식적이며 기초적인 법을 준수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되고 선진 법치국가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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