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보(半步) 실천론
반보(半步) 실천론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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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 동명고 교감)
새 정부 부처의 장·차관 인선이 완료되었는데, 차관급 이상 67명의 후보자가 발표될 때마다 ‘굉장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개천에서 용 났다’는 평도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 리도 없겠지만 설혹 용이 났다면 그 용은 평소에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해 왔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지속적 노력을 강조했었는데 그래서 유독 속담이나 격언 등에 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거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落適穿石)’는 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청소년 시절에 연초가 되면 큰 종이에 둥근 원을 그리고, 그 원을 10분 단위로 분할하여 빡빡한 하루 일과표를 작성했었다. 그 빡빡한 일정이 1주일도 채 넘기지 못한 기억이 지금도 새로운데, 그 이유는 의욕만 앞세우고 실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앞선 사고나 행동, 과도한 의욕으로 곤란을 겪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라토너는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무리하게 앞 선수를 뒤쫓거나 앞서려다가 결국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고, 돈 된다는 석산(石山) 개발도 주인이 세 번 바뀌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노래방에서 일반화된 가라오케(からoke)도 처음엔 동전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는데, 초기 창업자들은 죄다 망했고 그후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소위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교육현장에서도 과도한 선행학습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너무 앞서다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현재 중국 부호 1위인 와하하(娃哈哈)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 제시한 영선반보(領先半步·반발만 앞서 나간다)론이 있다. 이 이론은 ‘側翼進攻’(측면공격) ‘入鄕隨俗’(현지밀착형 마케팅)과 함께 쭝 회장의 유명한 3대 경영전략으로 “트렌드·소비자·경쟁자는 ‘반걸음’ 앞서 가는 것이 좋다. 뒤따라가기 급급해서는 당연히 성공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앞서가도 외면받기 쉽다”고 그는 말한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에도 반보 실천론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학습하는 교과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행하는 무리한 선행학습이나 ‘하루에 수학 10문제 풀기, 영어 단어 30개 외우기와 단편소설 1편 읽기’라는 두 걸음 앞서는 실천 불가능한 계획을 세워 1주일도 안되어 포기하기보다는 ‘1일 수학공식 1개 이해하기, 영어 단어 5개 외우기와 다음날 수업할 내용 예습하기’ 같은 반보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면 그 효과는 불 보듯 분명할 것이다.

실천 불가능한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면 한 광고의 내용처럼 특정 음료 한 병 마시고 그 계획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서두르거나 너무 앞서지 말자. 공부는 물론이고 사업과 연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향한 지속적 실천 없는 사업이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처럼 조급한 사랑도 아름답게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기에 한 해의 출발이라는 이 봄에 나는 모든 분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하루하루 실천할 반보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문형준·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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