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이렇게 젖어야 한다. 땅이 젖어야 생명이 살고, 그 살아있는 생명으로 인해 우리도 산다. 이처럼 사람도 젖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지켜가는 것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 특히 정신세계를 말할 때 정서적이냐 아니냐를 말한다. 정신세계가 풍부한 사람은 정서적이다. 이는 곧 가슴이 젖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서적이지 못하다고 말할 때 가슴이 메마르다고 한다. ‘삭막하다’는 말도 사전적으로는 ‘북쪽에 있는 사막’이란 뜻인데 바로 그런 말이다. 그러니 말랐다는 뜻이다. 메마른 땅은 죽은 땅이다. 그래서 생명이 살지 못한다.
가슴이 메마르다는 것은 정신세계가 나약하다는 것이다. 나무도 식물도 마른 것은 죽은 것이다. 그래서 부서지고 부러진다. 살아 있는 것은 유연하고 부드럽다. 그러하기에 나뭇가지도 낭창낭창 바람에 흔들리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도 죽은 하천이다. 물이 없으면 농사도 짓지 못한다. 새들도 날아들지 않는다. 반면에 물이 흐르면 평화롭다. 물이 풍부한 곳에서 인심이 난다. 그처럼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땅이든 사람의 가슴이든 젖어 있어야 한다. 젖어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고 그래야 정서적이다. 정서적이지 못한 사람은 도덕성이 결여되고 배려심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도둑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강도와 살인은 물론 성추행도 하는 것이다. 자살도 그렇다.
직접 예술을 하는 것은 더 좋다. 글을 쓰는 문학을 하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이나 서예를 하는 등의 예술을 한다면 가슴이 마르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정서가 풍부해지고 삶이 여유롭고 아름답다.
젖은 땅에서 생명이 움트고 젖은 나무에서 꽃이 핀다. 젖어 있는 사람의 가슴에서 향기가 돋고 사랑이 꽃핀다. 우리의 가슴은 늘 젖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는 삶이 된다. 그 삶이 바로 아름다운 거다.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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