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을 보고 세종을 생각하다
링컨을 보고 세종을 생각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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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3년에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처음 선언한 시점으로 보면 올해가 15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때마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링컨’이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남북전쟁 막바지인 1865년, 노예제 폐지내용을 담은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링컨 대통령의 행적을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정치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안 전 교수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에서 영화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고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의지를 갖고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하여 결국 이뤄내는 것을 봤다. 이를 우리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치현실을 빗대어 뼈아픈 말을 던졌다. 그동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야와 청와대 모두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감정싸움만 하는 모습을 봐왔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의 한마디가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링컨은 타협과 포용의 리더십을 지닌 대표적 인물이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는 확고한 신념으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냈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정적들도 과감하게 등용했다. 링컨의 오른팔로 영화에 나오는 윌리엄 슈어드 국무장관은 대통령 후보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정적이다. 심지어 자기를 ‘켄터키 촌놈’이라고 조롱하고 멸시했던 인물도 핵심 장관으로 중용했다. 링컨은 이러한 통합의 리더십으로 수많은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 된 미국을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포용과 타협의 리더십 유형은 미국보다 우리가 훨씬 더 앞서 보여 왔다. 세종의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세종은 링컨보다 400년 이상 앞선 사람이다. 세종이 정적을 등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황희다. 황희는 충녕대군의 왕위 등극을 반대한 사람이다. 세종에게 황희는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정적인 셈이다. 그러나 세종은 유배에서 풀려난 황희를 다시 중용하였다. 그리고 무려 18년 간이나 정승을 맡겨서 국정을 보좌하도록 하였다. 링컨과 비교해 볼 때 세종의 포용력이 더 크고 깊다.

설득과 타협의 과정도 링컨보다 세종이 훨씬 민주적이고 세련되었다. 영화 ‘링컨’을 보면 링컨은 노예해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협박과 매수도 서슴지 않았다. 법안을 반대하는 야당의원을 상대로 엄청난 압력도 행사했다. 그러나 세종은 달랐다. 절대군주였지만 토론을 즐겼고, 토론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정의 방향을 정했다. 어전에서도 곧은 자세로 국왕의 잘잘못을 모두 직언하라고 할 정도였다. 심지어 설득의 과정을 통해 반대론자까지도 충분히 납득시킨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세종의 리더십이 역사적으로도 먼저고 질적으로도 앞선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링컨’을 벤치마킹하면서 정치적 경력을 쌓아 왔다. 미국이 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선택한 것도 링컨과 유사하다. 최근의 재선 취임연설에서는 링컨이 게티스버거 연설에서 선언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까지 인용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한 모습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링컨의 리더십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타협의 과정이 없다. 포용할 줄도 모른다. 국민을 상대로 서로가 옳다고만 주장한다.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국민에게 내편이 되어 달라고 억지만 부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치가 실종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토론의 과정도 없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의 지시와 훈시 한마디로 모든 게 좌지우지된다. 그분 말씀 한마디가 곧 최종 결정권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리더십의 위기는 오바마처럼 벤치마킹 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세종따라 하기만 잘해도 된다. 그는 창의적 국가경영자고 타협과 포용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없는 것은 지도자들이 스스로 부족한 리더십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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