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의 불안
초등학교 1학년의 불안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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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술 (전 생비량초등학교장)
지난 4일,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일제히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 어린이들은 드디어 학교생활에 설레는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한 발짝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새내기 학부모들의 눈빛은 저마다 기대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손자의 학교생활이 궁금하여 전화를 하니 학교가 재미없다고 한다. 이유인즉 선생님이 무섭다는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은 친절하고 좋았는데 지금의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는 답이다. 적은 인원으로 아이들의 비위를 다 맞추어주는 어린이집, 유치원과는 달리 많은 인원으로 생활과 교과지도를 같이해야 하는 초등학교의 차이점을 아이가 알 리가 없지만 그래도 사뭇 걱정이 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1학년 선생님들은 다음 사항에 좀 더 충실해 주었으면 좋겠다.

첫째, 입학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장악(帳幄·한데에서 볕 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둘러치는 막)을 하지 못하면 장학(奬學)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갓 학교에 첫발을 들여 놓은 꼬마들에게 너무 심한 통제는 많은 역작용을 낳게 할 수도 있다.

지금 신입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 낯선 환경에서 당황하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이다. 그런데 너무 생활지도에 치중한 나머지 엄한 통제를 하다보면, 성격이 밝고 적극적인 아이들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부끄럼을 많이 타고 소극적인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회성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왕따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기초와 기본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중요하지 않는 학년이 없겠지만 보통 관리자들은 가장 유능한 선생님을 1학년에 배치한다. 이것은 1학년이 어느 학년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요사이 초등학교 1학년은 가르칠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연필 잡는 법, 한글의 필순 등을 가르치느라고 근 일주일을 소비하곤 했다. 그리고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동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글을 모르고 입학하면 바보취급을 받기도 하고 필순 같은 것은 아예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도 있다고 한다. 왼손을 사용하든 오른손을 사용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필순은 글자만 만들면 되지 그것을 굳이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이것은 조기교육의 병폐와 잘못된 생각의 극치인 것이다.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모두 흥미를 느끼면서 기초부터 잘 잡아주느냐가 1학년 선생님의 관건이다. 대체적으로 선행학습이 잘된 아이들은 오히려 수업시간이 지루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바른 학습태도와 집중력은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입학식에 다녀온 학부모들이 각자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담임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가지각색이다. 어떤 선생님은 부모님들께 공부는 시키지 말고 바른 행동습관을 갖도록 하고 스스로 자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책을 줄줄 읽을 수 있도록 집에서 한글공부를 많이 시키라는 분도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바른 교직관을 갖고 있는 분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교는 질서와 규칙을 배우는 작은 울타리며, 공부라는 첫 단추를 정확하고 바르게 끼우는 최초의 학습장이다. /전 생비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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