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천금과 같은 시기
대학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천금과 같은 시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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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가야대학교 도시개발대학원장 공학박사, 토목기술사)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필자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벌써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었고, 지나온 대학시절 젊은 날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어느덧 인생의 중년을 넘어 서고 있을 즈음에 자신을 다시 돌아보니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필자가 다녔던 대학시절인 7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대학생은 그리 많지 않아 전문대학까지 포함하여 고작 3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외출할 때에도 학교 배지(badge)를 꼭 달고 다녔으니 대학생이란 희소가치가 지금보다도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2012년 전국 대학 신입생(전문대 포함) 수가 64만 명이 넘어섰고, 대학 진학률도 75%를 상회하여 누구나 진학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보니 대졸 취업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대학생 숫자가 많다 보니 가는 곳곳마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구별하기도 어렵고 왠지 사회적으로 사고를 치는 대학생이 적잖게 많다 보니 대학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아 실망감이 앞선다. 필자의 대학시절엔 낭만과 패기가 넘치는 대학생활이었지만 요즘의 대학생들에겐 낭만과 패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생활은 자기 자신의 완성기이다. 지성인으로서의 양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학문 역시 게을리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젊음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취미생활도 해야 한다. 아무튼 대학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천금과 같은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필자가 다녔던 대학시절엔 지금처럼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라 만남의 장소는 자연스레 교내 도서관이었다. 강의가 없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모여들었다. 단지 공부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유일한 만남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많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다져지는 우정, 정보교환, 독서, 리포터 작성, 시험공부 등 이 모든 것이 도서관에서 거의 해결되었다. 한마디로 ‘도서관 문화’라고나 할까.

대학시절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도서관 열람실에서 보냈고, 늦은 시간 열람실을 나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걸으면서 젊은 날의 꿈을 키워 왔던 순수함이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 당시 도서관에서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종일 끙끙대기도 하고, 빈 좌석이 생길 때까지 도서관 앞을 서성대면서도 빈 좌석이 생기면 친구자리 마련해 주는 미덕 그리고 피곤하면 책을 베개 삼아 엎드려 잠을 달래던 도서관 열람실, 경쟁의 대열에서 아니 생의 대열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도서관 문화를 창조하던 더없이 순수했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지기도 한다.

며칠 전 퇴근길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도서관을 모처럼 둘러보았다. 이제 개학을 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신학기인데도 도서관 열람실 좌석이 많이 비어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옛날 대학시절엔 수업이 끝나는 하굣길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모여 열람실 빈 좌석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어찌된 셈인지 오늘의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신학기인데도 빈자리가 남아 있는 걸 보니 참으로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요즘엔 거리나 술집 등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붐벼야 할 대학 도서관 열람실엔 주인인 학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 달래며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면서 발갛게 타는 저녁노을과 함께 그 옛날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했던 추억 속의 그 여학생들이 새삼 그리워짐은 무엇 때문일까. 신학기엔 학과공부, 동아리 활동, 독서, 어학공부, 체력단련, 친구 사귀기, 아르바이트 등 그동안 미뤄 왔던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나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학과 전공학습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명심보감의 주자말씀 권학편 속편을 되새겨 본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젊은이여, 늙기는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에 피어 있는 봄풀의 꿈이 미처 깨지도 않았는데,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벌써 가을을 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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