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 바꾸는 농촌모습
귀농이 바꾸는 농촌모습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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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야기]최용조 박사
형제님, 다들 안녕하시지요? 따스한 햇살에 잠시 땀을 식히며 그리운 형제님 생각을 합니다.

찬바람도 가끔은 불고 있지만 벌써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습니다. 예부터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여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입니다.

주위의 나뭇가지는 아직도 황량한 겨울 모습이고 음지의 언 땅에는 괭이조차 들어가기 힘든 곳도 있지만, 그 밑으로 파고든 나무 뿌리를 캐내면서 마디마다 새파란 싹들이 크게 자라 있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들판에는 자라나는 쑥이 군데군데 보이고 땅을 가는 경운기 소리 들리고 겨우내 준비하던 하우스 속에는 이제 맛있는 봄 과일의 마지막 준비가 한창입니다.

어제는 젖먹은 힘까지 다하며 풀뿌리 뽑아내고 새로이 밭을 갈아 생긴 텃밭에 무엇을 심어볼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재미있는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참으로 많아 처음의 목적도 잊어버리고 읽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요즈음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나 봅니다. 농사일 뿐 만 아니라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인생까지도 많은 것을 인터넷으로 나눌 수 있어서 새로운 정보공간의 농업이야기에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먼 나라에서 젊은 아내를 데려와 십년 가까이 살면서,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처갓집에 한번 편하게 가주지 못했다는 농촌 새내기 이웃의 얘기도 있지만, 농업만한 업이 없다 귀촌한 글 솜씨 좋은 분들의 농촌 표현도 참으로 예쁘게 해서, 불편한 것도 참으며 행복을 꾸려 나가는 우리 농촌의 새로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름다운 농촌과 시골 사람들의 인정 넘치고 착한 모습을 전하는 것을 보면 나도 함께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형제님, 가끔씩 농사일을 하면서도 저는 신선이 된 듯 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밭을 일구어 고추와 고구마를 심고, 햇살을 가리던 남쪽의 대를 베어내고 그곳에는 맛있는 키위를 심으려 개간하고 있습니다. 얼마 후면 빨갛게 익을 고추와 주렁주렁 매달린 키위를 보면서 형제님들과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꿈을 꾸며 힘을 내어 괭이질을 합니다. 아침부터 애써 일하다가 양지바른 한켠에 앉아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을 보며 빙그레 웃고는, 오늘도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 조각으로 천하에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최용조 박사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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