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 솎아야 과실 좋다니 꽃구경은 저리가라
꽃눈 솎아야 과실 좋다니 꽃구경은 저리가라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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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귀농일지> 꽃눈 솎기와 텃밭 가꾸기
입춘을 전후로 시작된 꽃샘추위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오랫동안 심술을 부렸다. 꽃샘추위가 만들어 놓은 고르지 못한 봄 날씨의 영향을 받아 매화를 비롯한 봄꽃 개화시기가 뒤죽박죽 흐트러지고 말았다. 시차를 두고 차례대로 피던 꽃들이 일찍 피는 매화는 늦어지고 뒤이어 피는 벚꽃은 빨라져 많은 꽃들이 동시에 피는 진귀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평균 온도는 올라가도 때와 장소에 따라 기온 편차가 심해지며 식물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식물은 개화시기가 최고 20일 정도의 편차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상이변 계속 나타난다면 오랫동안 계절의 순환에 따랐던 영농에 대한 지식이 무용지물이 될까 두렵다. 경험과 영농일지 보다는 현장에서 변화를 보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지난주에는 곧 터질 듯 부푼 배꽃을 솎아 보았다. 겨울 전정을 할 때 꽃눈 전정하는 방법을 몰라 그대로 두고 가지전정만 했다. 꽃눈을 많이 남겨두면 열매솎기를 할 때 고생을 많이 한다고 적당히 미리 꽃눈을 솎아야 한다고 배웠다. 최근에는 배 품종 중 하나인 만생종 신고는 수정이 어려워 착과가 잘 안되기 때문에 꽃눈을 많이 남겨 두어야 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이웃 과수원을 들렀더니 마침 꽃눈을 솎고 있었다. 방법도 간단하다. 피기 직전의 막 부푼 꽃눈을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남길 것만 남기고 손가락 끝으로 살짝 젖히며 꺾어버리는 것이다. 잘못하면 농사를 망치게 되니 신중하게 착과가 잘 되는 조생종만 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꽃눈만 살짝 없애야지 잎이 나올 부분까지 손상을 입으면 안 되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꽃을 솎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기상으로 춘분도 지나고 청명도 내일 모래다. 이 시절이면 밭갈이를 하고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배나무를 베어내고 감나무를 심었으나 어린나무라 빈 밭처럼 남아 있던 곳에 무엇이라도 가꾸어 보잔다. 집에서는 감자를 심어 보자고 감자씨까지 구해 왔다.

며칠을 망설이다 밭갈이를 위하여 관리기 몰고 밭으로 향했다. 기름을 채우고 관리기를 돌려 밭을 갈려고 하나 뜻대로 되지를 않고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헛심만 쓰다 기계를 세우고 살펴보니 한쪽 바퀴의 타이어가 빠지기 직전이다. 펑크 난 타이어를 고쳐야 하는데 관리기를 통째로 가져 갈 수도 없어 고장 난 바퀴를 빼어 보기로 했다. 집으로 달려가 공구를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챙겨왔다. 공구를 이용하여 타이어 바깥에 박힌 작은 볼트를 돌리니 이외로 쉽게 풀어졌다. 그러나 8개의 볼트 중 한 개가 헛도는 것이 아닌가. 살펴보니 여러 번 풀고 조이기를 하다 보니 볼트의 바깥 면이 닳아 밋밋해져 있었다. 시원찮은 장비로 애를 써보았으나 도저히 뽑을 수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살펴보니 타이어가 달린 축 안쪽에 핀이 박혀 있었다. 흙을 털어내고 핀을 빼어보니 타이어가 쉽게 축과 함께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

타이어만 차에 싣고 농협 농기구수리센터로 갔다. 농기구수리센터직원이 보더니 튜브가 씹혀 못쓰게 되었으니 갈아야겠다고 한다. 그리고 볼트와 너트는 왜 뽑았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웃으며 처음이냐고 웃는다. 그러면서 다른 바퀴도 손을 봐야 하니 마저 뽑아 오고 볼트와 너트도 잊어버리지 말고 가져 오란다.

밭으로 돌아와 다시 바퀴를 뽑아보니 이렇게 쉬운 것을 무식하게 반나절이나 허비했다. 뽑아간 바퀴를 보더니 바람이 많이 빠졌지요 하면서 공기압을 맞추고 헛돌던 볼트까지 갈아준다. 선걸음에 되돌아와 타이어를 끼우고 다시 관리기 엔진을 걸어 밭을 가니 제대로 된다.

두어 번 오가며 갈고 두둑을 만드니 밭 같아 보인다. 거름을 뿌리고 다시 한 번 흙을 갈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두었던 씨감자를 심고 비닐을 덮었다. 감자에서 움이 트면 비닐에 구멍을 뚫어 싹이 밖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한 이랑은 준비해간 씨감자에 맞춰 감자로 채우고 다른 이랑은 야콘을 심어 당장 해야 할 일은 끝냈다. 남은 땅에는 가지와 고추를 심어도 좋을 만큼 여유가 있다. 집사람은 상치와 열무, 토마토와 오이도 심자고 한다. 때가 되면 이것저것 심어 보겠다고 했지만 한 여름 풀과의 전쟁이 문제다. 이웃집 아저씨께서도 갈아 놓은 밭을 보더니 그 넓은 밭의 풀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고 걱정을 해준다. 그러면서 멧돼지 때문에 고구마는 절대로 심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고구마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도 함께 파헤쳐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고 한단다. 모두가 고마운 이웃사촌 들이다. 달이 바뀌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것저것 더 많은 것을 묻고 배워야 할 분들이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과수원 텃밭
씨감자를 심어 조성한 텃밭
텃밭조성
씨감자를 심기 위해 조성된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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