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와 ‘겹치기’ 난무하는 종편 예능
‘베끼기’와 ‘겹치기’ 난무하는 종편 예능
  • 연합뉴스
  • 승인 201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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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프로그램 아닌가요?”

주부 정모(38) 씨는 의아했다. 의사 여러 명이 나와 건강법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같은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프로그램이었던 것.

JTBC ‘닥터의 승부’와 MBN ‘황금알’ 얘기다. 정 씨는 가끔 ‘황금알’과 같은 방송사의 ‘동치미’도 헷갈린다. 거침없는 입담이 마음에 드는 요리 연구가 이혜정이 두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해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혜정은 현재 ‘동치미’에 고정 출연 중이며, ‘황금알’에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종합편성채널에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포맷이 겹치면서 서로 복제하는 양상이 빚어진다. 출연진의 중복 출연까지 더해지며 ‘이란성 쌍둥이’ 같은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집단토크쇼 전성시대 = 종합편성채널은 그야말로 집단토크쇼의 천국이다. 현재 방영 중인 종편 4개 채널의 집단 토크쇼는 10개가 넘는다.

JTBC ‘닥터의 승부’는 전문가를 앞세운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형 집단 토크쇼의 원조로 꼽힌다. 2011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 2%대를 유지하며 JTBC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집단토크쇼 열풍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프로그램은 ‘황금알’이다.

‘황금알’이 평균 시청률 3%를 넘길 정도로 성공하면서 JTBC ‘신의 한수’ MBN ‘동치미’ ‘엄지의 제왕’ 같은 프로그램들이 차례로 선을 보였다.

출연진의 수와 입담 대결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포맷은 비슷하다.

연예인 패널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출연해 결혼과 건강, 음식, 재테크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로 입담 대결을 펼친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주제다.

한 종편 채널 관계자는 “집단 토크쇼는 스타 MC나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종편의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층 입맛에 맞아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하다”라며 “특정 장르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내용과 출연진이 겹치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닮은꼴 프로그램은 집단 토크쇼만이 아니다.

MBN이 지난달 선보인 ‘소비자X파일’은 이름에서 채널A의 대표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을 떠올리게 한다.

‘소비자X파일’은 먹거리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문제점을 다루지만 단독 MC의 존재감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먹거리X파일’과 닮았다.

작년 12월부터 방송된 MBN의 ‘님과 남 사이’는 실제 부부의 사례를 다큐 형식으로 다루고, 전문가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 채널A의 ‘그 여자 그 남자’와 겹친다. 단, ‘님과 남 사이’는 법정 코너를 추가했다.

◇겹치기 출연은 다반사 = 비슷한 포맷에 비슷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출연진도 겹치는 경우가 많다.

조형기는 최근까지 TV조선 토크쇼 ‘속사정’과 ‘부부젤라’에 출연했고, 지난 28일 첫선을 보인 같은 방송사의 토크쇼 ‘아내는 모른다’에 출연 중이다.

‘동치미’와 ‘황금알’에서 활약 중인 이혜정은 조형기와 함께 JTBC ‘닥터의 승부’에도 출연한다.

방송인 최은경은 채널A ‘웰컴 투 시월드’와 TV조선 ‘모녀기타’ ‘동치미’에서 MC를 맡고 있다.

지난 13일 TV조선의 집단토크쇼 ‘모녀기타’ 첫 회에는 최은경, 이혜정, 안선영 등 ‘황금알’의 주요 출연진 3명이 출연했다.

겹치는 것은 비단 출연진만이 아니다. 능력을 인정받는 일부 제작진도 다수 프로그램에 발을 들인다.

‘일밤’의 강제상 작가는 ‘황금알’과 ‘동치미’ ‘엄지의 제왕’을 기획했고, ‘세바퀴’의 김성원 작가는 ‘닥터의 승부’와 ‘신의 한수’에 참여했다.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만 바꿔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도 있다.

◇“상도의가 무너졌다”..종편 발목 잡을 수도 =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로그램 간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다.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게스트가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방송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중복된 아이템이나 이야기를 피한다’는 방송사 간 ‘상도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종편 채널 PD는 “종편이 출범하면서 출연료까지 오른 연예인들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송사 토크쇼에서 하는 걸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결국 방송사와 연예인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사간 베끼기와 겹치기 출연이 결국에는 종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정 타깃층을 노리다 보면 시청률 상승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림대 강명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종편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프로그램의 질적 발전과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라는 애초 출범 취지가 무색해졌다”라며 “이런 식의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 군소 채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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