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자
배워서 남 주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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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공부를 하라고 격려를 할 때 ‘배워서 남 주냐’라고 했다. 그때는 배워서 남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배웠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면 배워서 남 주는 것이다. 물론 배우고 나면 우선은 자신이 자랑스럽고 떳떳해진다. 그리고 나서 남에게 주는 것이다.

살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남에게 주기 위해 배운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제는 배운 것을 기꺼이 내어 준다. 다 내어 준다. 주고 나면 행복하다. 주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요 가치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주게 된다. 준 만큼 또 행복해진다. 주는 것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특히 지식의 경우는 물질과 달라서 주고나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채워진다. 그러니 주고나면 더 많이 남는다.

지식도 그렇지만 물질도 그렇다. 주고 나면 주머니는 비워질지라도 머리와 가슴은 채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행복하다. 때로는 힘들고 또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억지로라도 행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고 머리가 개운해지며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는 것은 큰 것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것이거나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누군가에게 주고 나면 마음이 평화롭다.

주는 것은 기부이다. 그러니 주는 대상도 중요하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거나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복지시설이나 공익적 사회단체 등 어려운 곳에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힘을 가진 사람이나 부유하게 사는 사람에게 주는 것은 기부가 아니라 아부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리고 자신보다 높은 족속에게는 희생하지 아니한다. 그렇듯 주는 것도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기부를 하는 일은 배려하고 베푸는 행위이다. 기부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일인데 반해 아부는 부끄럽고 부정한 일이다. 그것은 남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일인가를 생각해볼 때 나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서 힘쓴다면 그건 비난받을 일이고 남을 좋게 하기 위해서 헌신하면 칭찬받을 일이다.

자식에게 이래저래 잘살아라고 강조하는 것보다 스스로 어려운 사람과 사회를 위해 베풀고 산다면 그것이 바로 참다운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녀가 부모의 그 삶을 본받아서 다시 아름다운 선행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더 밝고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이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기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우고 또 익히며 채워 간다. 비운 만큼 채워지듯이 다시 채움을 위해 기꺼이 내어 주는 것이다. 나의 소중한 것까지도 말이다.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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