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네덜란드 남미경씨
[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네덜란드 남미경씨
  • 곽동민
  • 승인 201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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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했던 어린시절, 이제는 풀고 싶어
17.나와오빠
남미경씨가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하며 오빠와 함께 찍은 기념 사진.
 
“친 가족들을 찾게 된다면 제가 좀 더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이상 가족을 찾을 필요도, 궁금해 할 필요도 없이요. 어떤 이유로도 친가족들을 원망하지 않을 거에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은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해요.”

태어난지 겨우 2개월(추정)이 갓 지났을 무렵 네덜란드로 입양된 남미경(39·여·네덜란드 이름, 자넷 크라베)씨. 어린 시절이 온통 ‘의문투성이’였다는 그는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 탓에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미경 씨는 1974년 2월 8일께 ‘부산시 부산진구 부암동 227’(현재 재개발 중)에서 발견됐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가 발견된 뒤 잠시 머물렀던 부산 남광아동복지원에서는 남씨가 1973년 12월15일 부산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발견 된지 한 달여 동안 복지원에서 지내다 1974년 2월25일,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남씨가 태어난 뒤 2개월 동안은 친부모가 그를 길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2012년 해외입양인연대의 모국방문 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닥에서 자는 것’이라고. 남씨는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놀라움이었다. 분주함,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 밤 문화, 친절한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놀라웠다”며 “특히 제주도는 너무 좋았다. 한국을 생각하면 아직도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장실 변기에 화장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사실 얇은 이불만 깔고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자는 것은 좀 별로였다”고 덧붙였다.

그가 자란 곳은 네덜란드의 오베레이셀 주 북서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네덜란드인처럼 생기지 않은 사람은 자신 혼자였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항상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 왔다”며 “사춘기 때는 여러 의문들과 씨름해야 했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을까’, ‘아직 살아계실까’, ‘나의 가족들은 누구일까, 나도 형제가 있을까’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왜?’라는 물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낳은 이후에도 그에 대한 궁금증은 지금까지 멈추지 않았다. 더욱이 눈이 파랗고, 피부가 하얀 갈색머리의 막내딸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궁금증이 전보다 더 커졌다”며 “사람들은 내가 순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파란 눈의 딸을 볼 때마다 나조차도 그 점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남미경씨의 자녀들. 왼쪽부터 첫째딸 게체, 둘째 로미, 셋째 토비야스, 막내 도미니크.


그의 양부모는 소 농장을 운영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농장에서 뛰놀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무척 행복했다고. 그는 “농장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께서 소를 많이 키우셨다. 닭과 토끼, 양, 돼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한번은 아버지께서 제 소도 하나 기르게 해주셨는데, 제 소가 도살당하고 나서 많이 실망하고 화나고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창시절은 친구들도 많았고 행복했다. 초등학교(8년 과정)를 졸업한 후에는 그래픽 디자인 전문학교에 다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의 유럽 경기침체로 본격적인 일은 쉬고 있지만 자녀들을 돌보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는 두 딸과 아들, 이제 막 3살이 되는 막내딸까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큰딸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지금은 집에서 함께 머물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일을 쉬는 대신 최근 인물사진 위주의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주로 주변의 친구, 이웃들이나 자신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있다. 그의 사진작업은 페이스북에서 ‘Fotografie J.M.K.’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링크 http://www.facebook.com/Fotografie-JMK#!/pages/Fotografie-JMK/410185572345556?fref=ts)

남씨는 지난해 해외입양연대를 통해 한국을 찾았지만 자신이 발견된 부산지역 주소지에는 남아 있는 집이 없어 새로운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가 발견된 곳은 새로운 아파트단지의 재개발 계획으로 주변의 주택들이 거의 허물어져 있었다.

그는 “제가 발견될 당시의 경찰서 기록은 모두 폐기됐다고 들었다”며 “한국인 자원봉사자, 관계자와 함께 제가 발견된 곳에 갔었는데 그 부근 전체가 가난한 동네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가족이 무척 그립다고 했다. 남씨는 “사실 나는 생일을 지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생일 며칠 전, 몇 주 전부터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께서 아직 저를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져 조금 힘겹기 때문이다”며 “친가족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많이 그립다. 나에게 있어 꿈은 친부모님과 가족들을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가족을 찾는데 도움이 될 지 모른다며 몇 가지 사진의 신체적 특성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남씨는 “첫 딸이 태어날 때 탯줄이 헐거워서 의사진이 잡아당길 수가 없었다. 당시 의사의 소견으로는 모계 쪽 유전이라고 들었다”며 “또 유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손바닥에 모반이 있고, 기관지염을 앓은 적이 있다. 또 니켈 알레르기가 심하다”며 “간혹 손가락이 아파서 류머티즘 관절염 혈액검사를 받았고 괜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나중에 의사를 찾아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취재에 도움 주신 분=해외입양인연대(GOA‘L) 백주연 씨. 남미경 씨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은 아래로 연락 바랍니다.
(사)해외입양인연대(G.O.A.‘L.) G.O.A.’L. 홈페이지 : www.goal.or.kr 전화번호 02-325-6585, 6522(담당자 백주연)
16.네덜란드가족사진_남동생부모님나
남미경씨의 네덜란드 가족사진. 양쪽으로 부모님, 어린 시절의 남미경씨의 옆에는 남동생이다.
 
01.남광아동복지원서류사진2
02.네덜란드도착며칠후_병원에서_영양실조
남미경씨는 태어난지 2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가야했다. 여행이 힘겨웠던 탓인지 영양실조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고. 병원에서 촬영한 사진.
04.암스테르담공항도착_네덜란드부모님과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 했을 때 남미경씨의 네덜란드 부모님이 마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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