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라는 국가
미얀마라는 국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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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1886년 인도의 한 주로 편입돼 영국의 식민지가 된 미얀마는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웅산과 우누 등이 이끄는 집단을 중심으로 일본과 제휴해 독립투쟁을 수행했다. 이들은 일본의 도움으로 영국군을 축출했으나 일본이 식민지배 야욕을 드러내자 반파시스트 인민자유연맹을 결성해 이번에는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일본 패망 이후 영국의회의 독립법안 가결을 거쳐 1948년 1월 독립을 이뤘다. 아웅산(Aung San)은 이보다 5개월 전 양곤에서 행정참사회를 진행하는 도중 암살됐다. 이때 함께 암살당한 6명의 참사원들이 묻힌 곳이 아웅산 묘소다. 매년 이 곳에서 공식적인 헌화 행사가 열린다. 미얀마를 방문하는 외국의 국빈들도 방문 도중 반드시 참배하는 국가적인 장소다.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이 묘소를 참배하던 중 북한 테러분자가 장치한 폭발물이 터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대통령은 제3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서남아시아와 대양주 순방에 나섰다가 첫 방문국인 미얀마에서 참변을 당했는데 이날은 한글날로 법정공휴일이었다. 사건 당일 KBS뉴스 데스크에 앉아 사건현장으로부터 송고되는 참변소식을 보도했던 필자는 30년이 지난 지난달 미얀마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 한국 외교사절단이 아웅산 묘소에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 미얀마 이계철 대사가 탄 승용차가 태극기를 달고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천지를 뒤흔들 듯한 폭음과 함께 한국 정부의 장·차관급 엘리트 관료 및 취재기자 등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폭사하고 50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변이 빚어졌다. 전두환 대통령은 안내를 맡은 미얀마 외무장관이 숙소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3분 늦게 묘소로 출발해 참변을 면했다.

이 테러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허락을 받은 인민군 정찰국 특공부대 강창수 소장의 지령으로 진모 소좌, 강민철·신기철 상위 등이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보다 앞서 9월 17일 오후 세 명의 공작조를 태운 북한의 애국 동건호가 양곤항에 도착한 것을 수상히 여긴 우리 정보기관이 본부에 보고하여 당시 안기부장 노신영은 전두환 대통령에게 미얀마 방문취소를 건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안마 당국은 이 사건이 김정일의 친필지령을 받은 북한군 특공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수사결과를 밝히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한편 미얀마 주재 북한대사관 요원들에게 출국을 명령했다. 양곤 재판부는 테러범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미얀마는 한국에 조문사절단을 파견하고 UN에도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공식 보고하였다.

아웅산 묘소는 양곤 북부 쉐다곤파고다(Shwedagon Pogoda) 북문 정면 언덕에 있는데 버스차창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여 정문도 철책으로 막아 놓았다. 묘소 주변 주차도 금지하였다.

미얀마의 국토면적은 약 68만㎢로 한반도의 3배, 인구는 5838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89.4%가 불교도이다. 관광 안내원은 미얀마 국민들은 하루 1달러로 산다고 했다.

필자는 양곤의 인공호수인 깐도지 호숫가에 세워 놓은 아웅산 동상 곁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생각했다. 타 민족의 압제에서 벗어나기는 미얀마와 우리가 다르지 않는데 어째서 이 나라는 아직도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2500개가 넘는다는 바간의 전탑사원은 미얀마 국민생활 개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다녀가면서 이 나라 풍속대로 신을 벗고 들어섰다는 높이 110m의 쉐다곤(황금언덕) 사원은 미얀마 국민들을 질곡으로 몰아넣는 지옥사원으로 비춰졌다. 이 사원 첨탑을 장식한 57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뜯어내 국민의 복리기금으로 쓰지 않는 한 미얀마의 앞날은 암담할 것 같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동산 스님이 도끼로 목불을 쪼개 불을 때기에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사리를 찾는 중이라고 답했다는 중국의 고사가 떠올랐다. 1달러의 돈으로 하루를 연명하면서 황금사원에 금을 입히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을 보고 북한 주민들을 떠올린 것은 필자 혼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굶주림 속에서도 입만 열면 김정은 일가의 한없는 은총을 외쳐대는 북한주민들과 미얀마인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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