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진국
우리나라 선진국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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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선 (진주 문화재단 이사)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기분 좋은 첫 주를 나는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하며 시작하였다. 바쁜 일상을 정리하고 하루하루를 해결하느라 내 생명과 직결된 차의 엔진 오일을 갈아야 한다는 걸 깜빡했다. 아무리 차에 관한 상식이 풍부하고 정비에 능한 사람이라도 엔진 오일이 없으면 시동이 걸릴 리 만무하지 않는가.

가입되어 있는 보험회사에 서비스를 요청했고 낭랑하고 상냥한 접수와 함께 나를 도와줄 출동차량은 10여 분 안에 와 주었다. 4월 초라고 해도 아침저녁 기온의 차가 심해 늦은 저녁의 쌀랑한 바람에 심기가 불편할 뻔했는데 일찍 도착한 서비스 차량으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일시적으로 시동도 걸리게 해주었고 엔진오일을 교환할 수 있는 곳도 알려주어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리고는 30여 분 후 보험회사에서 자동응답전화가 왔다. 서비스는 만족했냐는 내용이었다.

선진국 기준은 공식적인 것으로는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국민 1인당 GDP 또는 GNI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이고 인구 5000만을 넘으면 선진국이라는 기준을 댄다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3000달러이고 인구 5000만을 넘어 2012년 6월에 7번째로 등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선진국 진입’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화두(話頭)의 하나가 국민의식 수준 도달 문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선 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선진국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뿐더러 지금 우리는 문명과 물질, 문화와 정신에서 확실한 중진국이 되기도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는 오그번의 문화지체를 논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진정한 선진국은 배려와 봉사, 서비스정신 등 수준 높은 정신의 사회, 즉 국민의식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물질로 가늠하지 않고 의식이 깨어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서 그렇다. GDP 또는 GNI, 인구 수 등의 숫자가 아닌 선진국의 조건으로는 낮은 부패지수, 높은 삶의 질, 높은 국민의식 수준을 든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베이비 붐 세대가 태어났던 50~60년대 이후부터 폭풍같은 경제성장을 했다. 그렇지만 그 경제속도를 국민의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문화지체를 일컫는 말들이 많이 생겼다. 예컨대 ‘졸부’ 같은.

우리보다 일본은 문화나 서비스분야에서 우리나라를 훨씬 앞지르는 높은 국민의식 수준을 몇 십년 전부터 가졌다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내가 받은 서비스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도 선진국대열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구태의연하고 딱딱하다고 느껴왔던 읍·면·동사무소 직원들의 미소가 그렇고, 전 세계에 우뚝 선 가전 3사의 서비스 경쟁이 그렇고, 오늘 받은 내 차의 서비스도 가히 만족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진주 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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