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잘하는 법
정치 잘하는 법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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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벌어진 장·차관급 인사사고는 벌써 여섯 번째다. 낙마자들의 사퇴배경도 심각한 수준이다.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국적논란 등에 이어 해외계좌를 통한 탈루와 성접대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들은 모두 뒤늦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타의반 자의반으로 사퇴했지만, 이미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낸 뒤다.

인사 청문회가 까다로운 미국도 역시 온갖 해프닝이 다 벌어진다. 1989년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 후보 존 타워 상원 국방위원장은 주색(酒色)이 문제였고, 레이건 정부 시절 로버트 보크 대법원 판사는 집 주변 비디오가게에서 빌린 낯 뜨거운 비디오가 문제였다. 그들은 인민재판도 아니고 억울한 인격살해라고 여길지 모를 일이지만, 공직은 그만큼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소현령(蕭縣令)이 부구옹(浮丘翁)을 찾아가서 정치 잘하는 법을 물었더니, 부구옹이 이렇게 말했다. “내게 여섯 글자의 비결이 있다네. 그대가 사흘 목욕재계하면 들려주겠네.” 소현령이 그 말대로 하고서 듣기를 청하니, 부구옹이 먼저 한 글자를 주는데 ‘염(廉)’자였다. 소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잠시 후 다시 청하니, 부구옹이 또 한 글자를 주는데 ‘염(廉)’자 였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소현령은 “청렴함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하고 물었다. 부구옹이 대답했다. “세 개의 염(廉)자 중 하나는 재물에 적용하고, 또 하나는 여색(女色)에 적용하며, 다른 하나는 직위에 적용하게나.” 소현령이 재차 물었다. “남은 세 글자를 다 받을 수 있습니까?” 부구옹이 대답했다. “다시 목욕재계를 사흘 하면 들려줄 것이네.” 소현령이 그 말대로 하고 다시 찾아갔더니, 부구옹이 말했다. “그대는 듣고 싶은가? 나머지 세 글자도 ‘염(廉), 염(廉), 염(廉)일세.” 소현령이 물었다. “청렴함이 그토록 중요합니까?” 부구옹이 대답했다. “앉게, 내 자네에게 설명해주지. 청렴함에서 밝음이 나오는 법일세. 그러니 사물의 실상이 훤히 드러날 테지. 또 청렴함에서 위엄이 나온다네. 그러니 백성들이 모두 그대를 따르게 될 것이네. 그리고 청렴함은 강직함을 낳는다네. 그러니 상관이 그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네. 이래도 정치 잘하는 법으로서 부족한가?” 소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허리띠에 ’염(廉)‘자를 여섯 개 써서 즉시 길을 떠났다. 다산이 벗의 아들인 영암군수 이종영(李鍾英)에게 준 글에 나온다.

이번 인사 검증에서 낙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갖은 방법으로 재물을 긁어모았거나 남의 잘못은 용서 없던 검사가 뇌물과 성접대까지 당연한 권리인 듯 받아들인 자들이다. 국민을 기만하여 마지막 권력까지 손에 넣으려 한 이들 중 일부는 현행법을 위반한 사람도 있다. 일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만큼 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후 또 다른 탐욕스러운 후보자들이 스스로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이 교주고슬(膠柱鼓瑟)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교주고설이란 거문고 연주의 초보자들이 줄이 잘 맞았을 때 기러기발을 아예 아교로 붙여 놓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해 보겠다는 심산을 말한다. 하지만 거문고 줄은 날씨나 습도에 따라 크게 줄었다 늘었다 한다. 그런데 기러기발을 아교로 딱 붙여 놓으면 그때그때 제대로 된 음을 맞출 수가 없게 된다. 즉 변화에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매고, 낡은 줄은 아예 새 줄로 다시 매는 해현갱장(解弦更張)이 필요한 때다. 인사가 난맥상을 보이면 방법을 바꿔 다시 펼쳐야만 질서가 바로잡히는 법이다.

줄을 바꿔야 할 때 안 바꾸면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없듯이, 고쳐야 할 때 안 고치면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도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해현갱장해야 할 때 교주고슬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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