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예보에 '약치기 비료주기' 바쁜걸음
봄비 예보에 '약치기 비료주기' 바쁜걸음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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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귀농일지> 과수나무 관리
감나무 관리
감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주중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서둘러 배 과수원에 살균제를 뿌렸다. 이즈음 비가 내리면 검은별무늬병(흑성병)과 붉은별무늬병(적성병) 포자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잎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예방을 위하여 전착제와 함께 살포해야 한다고 한다. 다행인지 예보와는 다르게 주 중에 비는 내리지 않았다.

배 주산지인 우리 마을에는 봄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거나 내린 후에는 병해충 방제를 위하여 온 마을이 시끄러워 진다. 특히 개화기를 전후한 이때가 되면 병반이 나타날까 모두 긴장을 하고 과수원을 예의 주시하게 된다. 이들 병원균은 균사의 형태로 향나무에서 월동을 하는 관계로 배나무 주산지 주변에는 향나무나 노간주나무를 정원수로 키우거나 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때는 이를 잘 모르고 정원수나 묘지 주변에 한 두 그루 심었다가 농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꽃이 지기 시작한 매실나무에는 디오수파워필을 1000배액으로 희석하여 뿌렸다. 디오수파워필은 과수용 농약이 아니고 동물사료 첨가용으로 동물의 활력증진 및 각종 미네랄을 공급하여 건강을 증진 시키는 친환경 제재로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고 한다. 강알칼리성을 띤 약제라 다른 약제와 혼용을 피해야하고 희석 비율을 지켜야 한다는 비화학적방제연구회 김종호 회장의 지도를 받아 전착제를 섞어 뿌렸다. 디오수파워필은 깍지벌레를 비롯한 각종 해충을 구제하고 식물 생장을 돕는다고 한다. 동물약품을 친환경 농약으로 활용하는 지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약품의 주성분은 칼륨과 나트륨이고 그 외 규소나 아연 등 각종 미량원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농약에 비하여 가격도 저렴하여 농가에 부담도 적다. 주말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를 듣고 그 동안 미뤄왔던 식물배양체로 만든 M.P.K를 배 과수원에 뿌렸다. M.P.K는 팔마균 미생물배양체(M)와 용과린(P) 그리고 염화가리(K)를 일컫는 것으로 세 가지를 용도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여 미생물먹이가 되는 흑설탕을 섞어 만든다. 이 제재는 비화학 비료로 토양에 포함된 염기성독소를 분해하고 인산고정화를 방지하여 토양미생물을 활성화 한다고 한다.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하여 뿌린 후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데 관수 시설이 안 되어 있는 우리는 비 예보를 듣고 일정을 맞추어야 했다.

개화기에 내리는 비는 이래저래 바쁘게 만든다. 강한 비바람에 기온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하니 막 터지기 시작한 배나무의 꽃봉오리가 비바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배나무를 베어내고 심었던 대봉나무 껍질을 벗기는 일도 미루다 마쳤다. 아직 어린 나무라 접목을 했던 부위에 벌레가 먹으면 쉽게 상처를 입는다. 지난해에는 태풍에 접목 부위가 약해진 나무가 통째로 부러진 경우가 있었다. 흙에 파묻힌 뿌리 부근을 살펴 벌레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은 껍질을 벗겨 내야 한다. 감나무 껍질이 두툼하게 부풀어 있는 곳을 긁어내면 신기하게도 애벌레가 들어 있고 표피는 피해를 입어 새까맣게 변해있다.

농촌일이라는 것은 둘러보면 일거리가 곳곳에 늘려있다. 그냥 두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사람의 손길이 스쳐야 해결되는 것들이다. 비가 오기 전에 과수원에 막힌 수로를 터고 무너진 농로를 보수해야 한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돌이나 흙이 무너져 수로가 막히고 길이 무너지는 곳이 늘 있기 마련이다. 많은 비가 내리기 전에 한 번만 살펴봐도 농기계사고나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서있는 자두나무를 감고 올라간 덩굴을 걷어주고 높이 올라간 가지도 베어 높이를 낮추었다. 한 때는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여러 그루 기르기도 했으나 수확기가 장마철과 겹치는 관계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싱거워 누구도 먹으려 들지 않아 모두 베어버렸었다. 그래도 제철이 되면 한 번씩 생각이 나곤 했었는데 지난해에 우연히 과수원 구석에 잡목과 함께 섞여 서있던 것을 발견하여 잡목을 베어내고 살려 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제멋대로 크고 설익은 과일에 반쯤 벌레가 먹은 것들이었지만 맛을 보니 품종은 괜찮은 것 같아 호기심을 자극했다. 올해는 제대로 익은 자두를 몇 개나 맛볼 수 있을지 기다려 볼 참이다. 자두의 신맛만 떠올려도 군침이 돌 것이니 밭가에 두고 보며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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