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과 현대사 왜곡
'백년전쟁'과 현대사 왜곡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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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 초빙교수)
근자에 제2차 인혁당사건 유족들이 세운 재단이 뒷돈을 대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했다는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많은 뜻있는 인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남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인간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형편없는 인물로 묘사했다고 하여 이에 대한 반론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백년전쟁’은 1910년 일본의 한국병탄 이후 100년의 역사를 친일세력과 반일세력의 전쟁으로 설정한 것부터가 여간 아리송한 것이 아니다. 건국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이승만에게까지 친일의 굴레를 씌어 반역자(betrayer)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사진조작을 통해 추잡한 여성관계를 만들어 내거나 ‘하와이언 깽스터’라는 표현으로 폭력집단의 두목쯤으로 그리고 있다.

멋진 배경음악과 그럴듯한 영상물을 바탕으로 사악하고 못된 정상배쯤으로 묘사하여 누구나 보면 아주 그럴듯하고 품격있는 영화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전문가가 아니고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수 백만명이 유튜브를 통해 보았을 뿐만 아니라 어느 교사는 학교에서 교재용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보도도 본다.

박정희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발전은 미국의 조종에 의해서 이루어 진 것일 뿐 박대통령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박정희 사진 옆에 뱀을 그려 넣고 ‘Snake Park’이라고 표제를 걸어 놓고 있다.

다큐멘터리라고 한다면 최소한 진정성과 사실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의도나 상업적 의도가 내재된다면 그것은 이미 다큐멘터리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하겠다. 야생을 기록한다고 하면서 동물원이나 수목원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것은 시청자나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더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거짓으로 사진을 합성한다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한다면 이거야 말로 사악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역행위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승만이가 과연 반역자이고 사악하며 박정희가 미국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 사람이었는가?

어떤 학자는 아직도 우리사회 일각에는 6·25가 북침이었다고 주장하는 브루스 커밍스의 망령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이 그럴는지 모른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박근혜의 대통령당선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묻는 학자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람도 학자라고 원로 대접을 받으면서 학계의 일각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이승만의 경우, 어느 다른 지도자보다도 이승만 그가 아니고서는 아무 누구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단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해방정국에서 그만이 홀로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는 점이다. 박정희의 경우, 그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업적 하나가 있다. 한강의 기적이 그것이다. 새마을 운동 그리고 수출주도형 국가로 탈바꿈시킨 것은 괄목할만한 그의 업적이다. 오늘의 번영이 그의 리더십에 연유하였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 누가 있겠는가?

이승만은 해외에서 돌아온 모든 지도자들과 미국까지도 소련과의 협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에 그 만이 홀로 반공을 역설했다. 소련의 지령으로 어느 날 갑자기 공산세력들이 신탁통치 찬성으로 돌아 서는 순간 그는 반공과 반탁(反託)운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수립하는 중심축에 우뚝 선 것이다. 물론 집권 기간 중에 그가 보여준 정치적 행보는 상식적으로는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모순과 비리와 불의로 점철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자신만의 혜안으로 만난을 무릅쓰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공로다. 위대한 결단이요 민족사적 지도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가 작년 11월에 일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는 필시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고는 식별하기 어려울만큼 치밀하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단순한 선거용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모종의 음모가 서려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 음모의 실체는 무엇일까? 현대사의 무자비한 왜곡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려는 편향된 역사의식이 전편에 넘쳐 흐르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의도적 왜곡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위중한 사안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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