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의 청렴세상
목민심서의 청렴세상
  • 황용인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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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규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달 여 동안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지 못해 새 정부 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하기도 했고 국민 생활은 불편했으며,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또한 떨어지기도 했다. 그것은 대체로 청렴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검증을 위한 국회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특히 고위직 공무원은 무엇보다 청렴을 최우선 신조로 하여 모범을 보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오랜 기간을 두고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치민(治民)의 지침서로서 고위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해박한 지식, 경륜을 가져야 함을 말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은 청렴(淸廉)과 봉공(근무자세), 애민정신임을 요구하고 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서는 공무원이 발령을 받고 임지에 부임하면서부터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 직분을 다하고 이임(퇴임)할 때까지를 ‘赴任(부임)-律己(자기를 다스림)-奉公(근무자세)-愛民(백성을 사랑함)-吏典(행정자치)-戶典(재무)-禮典(교육)-兵典(국방)-刑典(법무)-工典(농림·건설)-陳荒(복지)-解官(이임)’ 등 12조를 제안하여 각 부처 공직자가 지켜야 할 지침들을 조목조목 열거하여 공직을 수행하는 자세를 바로잡고자 했다.

예를 들어 부임육조에서는 ‘임지로 가기 전 임용권자에게 인사를 나눌 때에는 자신의 재능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나라를 위해 뽑아 쓴 것이므로 그것이 사사로운 은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공과 사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율기육조에서는 ‘뇌물을 주고받은 것을 비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나게 된다’고 하여 뇌물수수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으며, 봉공육조에서는 ‘재물은 백성으로부터 나오며 이것을 수납하는 것은 공무원인데 부하 직원의 부정을 잘 살핀다면 비록 상관이 관대하게 대해도 피해가 없지만, 부정을 살피지 못하면 비록 엄하게 대해도 이익 됨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직원 상호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말해주고 있다. 애민육조에서는 ‘환란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미리 예방하는 것은 이미 재앙을 당하여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고 하여 재앙으로부터 구제하여 국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해관육조에서는 ‘평소에 문서와 장부를 잘 정리해 두어서 그 이튿날 떠나가는 것은 맑은 선비의 풍채와 태도이다’라고 하여 후임자가 그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하여 청빈한 삶을 신조로 살아가는 교황을 비롯한 수도 성직자처럼 살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이를 본받기 위한 노력만큼은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목민심서는 아직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청렴세상으로 이끌어가는 지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산청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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