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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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4월은 푸름보다도 먼저 꽃이 만개하여 봄의 시작을 느끼게 하고 새 학기가 된 교정에는 벚꽃과 함께 새내기들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차를 몰고 길을 나서 보면은 길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중복으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고속도로와 사차선 국도 그리고 이전의 이차선 국도가 나란히 있는 경우가 많이 보이고 운행차량이 잘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도 보인다. 이러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우리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혈세를 이용한 사업들이기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투자되어진 경우에는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입하여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준공시점에 소유권을 정부에 귀속시키고 관리운영권은 민간사업자가 획득하고 정부는 이 시설을 임대, 사용하고 약정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급하여 투자비를 보전해주며 주로 교육시설, 문화복지시설, 환경시설 등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 BTL 방식은 민간이 건설한 시설을 정부가 리스해서 사용하고 리스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위험이 없고 적정 수익률이 보장돼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주는 금융계에서 선호하는 사업방식이다.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은 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준공시점에서 소유권을 정부에 양도한 후 운영하면서 최종 소비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주로 도로, 철도, 항만 등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시설 건설에 적합한 사업방식이며, 이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건설 및 운영위험도 부담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투자에 민간업자가 자체 자금으로 건설한 도로와 공공시설 운영에 발생한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2009년에 폐지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지차체들이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일이 없다.

거가대교, 마창대교, 부산-김해 간 경전철로 매년 1000억원대의 혈세를 부담해야 할 판이며, 경남발전연구원은 민간사업자가 거가대교를 운영하는 40년간 11조7000억원을, 경전철은 2조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러한 적자발생은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시작되는데 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을 17만명으로 책정하였으나 실제 이용객은 3만 3600명에 그쳤고,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도 수요예측의 잘못으로 혈세를 쏟아붓고 있지만 책임소재는 뒷전이다. 수요예측이 잘못되었는지, 부풀린 예측인지 알 수 없다고 하여 책임을 면한다는 것은 너무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특히 선거로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광역단체장은 책임을 이후에도 질 각오를 가져야 하고 민자유치사업을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객관성 있는 수요예측을 하여야 한다.

시설물의 초석에는 시행 지자체장, 시공사, 수요예측 기관의 책임자를 실명으로 새겨서 잘된 민자유치사업이면 칭송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과도한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에는 공소시효 없이 책임을 묻게 하여야 한다.

1998년 12월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하여 만들어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2009년에 폐지됐지만 지금까지도 지자체의 발목을 잡는 우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된다. 예산의 범위내에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하는 원칙을 고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속사업도 있지만 지자체장의 임기내에 시행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몇 십 년 동안 투자해야 하는 사업은 후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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