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함께 생활해왔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함께 생활해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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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숲으로 가자’라는 운동과 더불어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서비스 증진의 일환으로 숲에서 행복을 찾고, 가족이 함께 나무와 숲의 소중함과 탄생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2013년 탄생목 심기행사를 산림청 산하기관에서 지난 68회 식목일을 맞이해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심은 탄생목 종류 중 회화나무는 우리나라 5대 장수나무로 우리 선조들이 선택한 최고의 길상목이며 또한 학자들을 위한 출세의 나무로 알려져 왔다. 느티나무 또한 5대 장수나무로서 마을사람들의 건강과 각종 재해, 무병장수, 풍년을 기원하며 소망과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로 알려져 왔다. 은행나무도 5대 장수나무로 수많은 전란에서도 무사했다는 뜻으로 천왕목이라 불러져 왔다. 여기에서 탄생목 심기행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여러 민족, 특히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북아메리카 등지에 널리 퍼진 신화와 민담의 주제에서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우주수(cosmic tree)라는 나무를 등장시켰다. 따라서 그 민족들은 우주수를 통하여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세계와 신적이고 성스러운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미뤄보아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관련돼 왔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우주수가 고대신화나 민담의 내용들에서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나무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수직적인 중심으로 묘사한 것과 다른 하나는 지구의 수평적인 중심에 있는 생명의 근원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자는 지혜의 나무, 후자는 생명의 나무에 해당한다. 즉 수직적인 지혜의 나무를 상징하는 전설들은 이 나무가 땅에서 하늘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 나무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와의 연결점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신의 계시 및 예언들이 그 나무 아래에서 이뤄졌다.

수평적인 생명의 근원으로 상징하는 전설들은 이 나무는 대지의 풍요와 생명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며, 따라서 인간의 생명도 이 나무에서 받은 것이고, 그 열매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력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건국신화 및 민간신앙에서 우주수로 등장한 나무들은 어떤 종류의 나무들일까. 스칸디나비아 신화의 아스가르드 도시 중심에 나타난 물푸레나무인 위그드라실, 수메리아 신화의 버드나무인 홀루푸나무, 게르만족의 신화에는 전나무가, 슬라브족의 신화에는 자작나무가, 중국인의 신화에는 뽕나무가, 단군신화의 박달나무인 신단수 등이 우주수라 칭하는 나무의 종류들이다.

한편 고구려의 무덤벽화나 조선시대 민화 일월부상도에 나타난 우주수는 오랜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나무를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믿었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우주수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도 경전 리그베다에 거꾸로 선 나무가 있다. 우파니샤드는 거꾸로 선 나무를 바로 세우고 죽음, 윤회, 고통을 뜻하는 나무의 밑동을 잘라 떨쳐버리라고 말하며, 이와 함께 이집트의 피라미드 또한 상징적으로 이 거꾸로 된 나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문명과 관련해 나무와 숲과 인간사회와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프랑스의 문필가인 샤토브리앙이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라고 주장한 것도 숲이 곧 우주수의 개념이 아닐까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2010년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래를 위한 산림세계총회 기조연설에서 고은 시인이 외쳤던 “숲의 하인이야말로 성인이다”라는 말씀이 샤토브리앙의 직관만큼 매섭다는 사실도 상기하고 싶다. 즉 숲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다. 숲의 미래란 우리가 숲의 선사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며 숲 없는 생활이나 숲을 삼켜버린 문명으로는 더 이상 인간생명이 영위할 수 없는 내일을 확인하자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특히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에게 숲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숲과 함께 자라면서 숲 체험, 산림교육,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 숲에서 이뤄지는 많은 혜택을 알고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차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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