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화 바로 세워야
음주문화 바로 세워야
  • 임명진
  • 승인 201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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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곤섭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봄날 길을 나서면 어디 간들 곱고 어여쁜 꽃을 보지 못할까. 저 멀리 섬진강 줄기 따라서의 매화, 산수유, 진해의 벚꽃 못지않게 우리 대학가에도 벚꽃, 개나리 할 것 없이 꽃이 활짝 피었다. 멀리 있는 친구들과 지인에게 꽃구경 오라는 채근을 해본다. 꽃을 핑계 삼아 그리운 사람을 청하여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마주하며 차를 우리거나 약주 한 잔 나누면 어느 한 해보다 향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주변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음을 떠올려 본다. 젊디젊은 우리 대학생들을 보며 그들에게서도 아름다운 청춘의 꽃과 사람 향기에 취할 수 있는 멋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술에 취하는 멋이 아닌.

대학 선배들이 환영회라는 명목으로 새 학기 개강도 하기 전에 강제로 술을 권해 꿈에 부풀어 있던 과음한 새내기가 숨지는가 하면 어떤 신입생 환영회에선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온갖 종류의 술을 쏟아부운 후 선배들이 돌아가며 들어가 발을 씻고는 그 술을 강제적으로 후배들에게 먹이고, 도심 도로 한복판을 신입생들이 점령하게 하여 큰 원형으로 둘러서서 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교통방해하도록 하고, 선배라는 학생은 그걸 진두지휘하는 예전의 우리는 상상도 못한 젊은 학생들의 어처구니없는 음주문화를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다 보니 지성인 사회에서 반복되는 음주 소비문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술은 기호식품이지만 엄숙한 제주로서의 음식이기도 하다. 옛 시절 애주가들은 멋과 맛을 곁들여 예절과 정취를 음미하며 애주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술 마시는 예절을 강조한 주도마저 사라져 못내 아쉽다. ‘소학’에서는 나이 어린 사람은 어른 앞에 나아가 절을 하고 술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쳤고, 세종 때에는 관혼상제와 함께 ‘향음주례’라 해 술 마시는 예법을 교과과목으로 채택했다고도 한다. 세종대왕은 “술로 인한 화가 심하다. 곡식을 없애고 재물을 허비할 뿐이랴. 마음과 뜻이 흐려지고 위신과 예절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마시는 것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고, 마셔 병이 되게 하지 말라”며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세태들을 한탄하기도 하였다고 하며, 구한말까지는 향교, 서원에서 ‘향음주례’라 하여 엄격한 음주의 예법을 가르쳐 왔다고도 한다.

저녁이 되면 대학가 주변 주점들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분비고 불야성을 이룬다. 젊은 학생들의 단결구호가 돼버린 ‘우리가 남이가’라 외치는 목소리에 의무적으로 동참하는 폭탄주, 우월적 지위의 학생 주당들이 만들어내는 ‘민주적 방식’에 의한 폭발력 있는 술이 제조되고 돌려지는 우리 젊은이들의 음주문화, 이제 시급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젊은이들의 음주문화를 바로 세워야 할 책임은 부모, 스승이기도 한 우리 기성세대의 몫은 아닐까. 그리하여 그들도 술만이 아닌 사람의 향기, 자연의 향기에도 빠질 수 있는 멋진 음주문화를 이 봄에 권하고 싶다.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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