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가마못 등 3개 연못매립, 한치 앞 못 본 처사
진주 가마못 등 3개 연못매립, 한치 앞 못 본 처사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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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6~7년 전부터 ‘명품도시’란 용어가 등장했다. 대도시·중소도시를 가릴 것 없이 ‘명품 도시화’가 선언되고 있다. 도시의 실질적 수준을 떠나서 ‘명품도시’가 전국에 넘쳐나는 시대다. ‘명품도시’란 최고의 연못·숲을 비롯, 보행이 안전한 인도, 최상의 쇼핑거리, 최고의 박물관, 최고의 아파트 단지, 아름다운 간판, 충분한 주차 공간, 최상의 자전거도로, 최상의 도로, 낭만의 골목길 유지 등을 갖춘 것을 말한다.

도심 속의 푸른 물이 담긴 연못과 숲이 있는 생태공원의 가치는 무한하다.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의 정서 순화에 생태공원 만한 자원도 드물 것이다. 생태공원은 도시민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삭막해져가는 도시경관을 생각하면 연못·숲이 없는 곳은 새로 조성해야 할 판국에 기왕에 있는 것을 매립했거나 훼손해버렸다면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 일이다. 연못·숲은 도시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도심의 허파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으로 날로 악화되는 대기의 정화기능을 한다. 연못·숲은 주위의 열 흡수와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주요기능도 한다. 시민들은 연못 주변과 숲에서 휴식과 운동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 많은 도시일수록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낮다는 조사도 있다.



당장 개발이익 위해 도심 허파 매립

작은 생태공원은 삭막한 도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국의 여러 도시들이 도시개발로 농업용 기능이 약화된 도심 속의 연못 등을 생태공원으로 되살리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90년대 말부터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교, 아파트 단지, 도심의 빈 공간 등 곳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생태공원은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기능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 열섬현상과 열대야를 줄이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을 위한 쉼터와 놀이터는 많지만 생물들의 쉼터는 적다. 사람들을 위한 친수공간은 있지만 생물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자연생태 공간은 적다. 물과 숲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엔 사심이 깃들기 힘들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심 속에 연못·숲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며 잘만 가꾸면 머물고 싶은 자연생태 테마파크로 조성될 수도 있다.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연못·숲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할 때 매립하거나 파괴는 용납돼서는 안 될 일이다. 진주도심은 1970년대 이후 도시개발 당시 그간 자동차가 늘면서 인도보다 자동차 중심으로 개발이 됐다. 사람은 다니지 못할 정도로 좁은 인도일 지라도 자동차는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가로수, 가로등, 전봇대, 교통신호제어기 등 온갖 시설들이 인도를 장악하고 있다. 걷기가 힘들다보니 걸어서 십 분이 걸리더라도 자가용을 타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차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많이 만들다보니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이 미약,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도시 등 ‘신남강 시대’가 되려면 이젠 진주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인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도심의 허파인 연못과 숲을 보존하고, 보행자를 위해 일정 보도 폭을 유지하고, 각종 시설물을 설치 때 인도를 줄일 것이 아니라 차도를 줄여야 한다. 이상적인 ‘명품도시’란 인간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주는 일제 때 진주성 주변의 대사지(大寺池) 연못을 매립, 택지로 만든 후 역사성이 있는 상봉동 가마못, 상대동 상대못, 망경동 섭천못 등 3개 연못도 과거에 논밭에 물을 대주는 역할과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다 도시발전으로 기능이 상실 된 이후 방치되다 결국 매립됐다.



‘신남강 시대’ 100년을 보고 설계해야

주변의 도시화와 관리부실로 오폐수가 유입되자 지난 80년 이후 관선시장 때 한 푼의 개발이익이라도 더 얻기 위해 3개의 연못을 졸속매립하고 말았다. 진주는 남강댐 건설로 하천부지의 택지 개발이 많아 굳이 못을 매립하는 돌이킬 수 없는 우를 안 범해도 되는 도시였다.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했겠지만 힐링시대 등 백년대계를 볼 때 연못 매립과 역사가 있는 골목마저 없앤 것은 한치 앞을 못 본 처사다. 17년간 사용한 초전쓰레기 매립장의 공원 조성 같이 도심에 인공연못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 등 ‘신남강 시대’를 이끌려면 100년을 내다보고 100년을 설계·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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