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상인들이 명품시장의 주역이다
터줏대감 상인들이 명품시장의 주역이다
  • 이웅재
  • 승인 201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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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최근 시공업체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삼천포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새 사업자를 선정하며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이익이 보장되지 않자 모두가 외면했던 이 사업을 사천지역의 한 중견 건설업체가 애향심을 바탕으로 이어받은 것이다. 사천시와 D건설은 지난 8일 공사현장에서 안전기원제를 올리면서 공사재개를 가시화했다. 이날 안전기원제는 공사중 사고가 없도록 천지신명의 가호를 비는 뜻도 있었겠지만 오락가락하는 공사 현장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주위 상인들을 위무한 측면이 더 크다.

실제 사천시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공사중단 과정에서 이해관계인 간 불협화음으로 각종 불만이 불거져 나온터라 주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공기 지연과 체불 임금을 따지던 일대 상인들과 노무자들도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천시로서는 한숨 돌리고 사태를 주시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사실 이제까지 사천시는 삼천포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눈 돌릴 새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어업인과 상인, 노점과 점주, 선어와 활어 등 복잡다단하게 얽힌 이해관계인 설득에 진을 뺏다. 힘들게 들어간 공사도 철거 건물더미에 관광객이 다치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후 사천시는 공개모집으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지만 응하는 업체가 없었다. 이익은 없고 분규에 휩쓸릴 위험만 큰 사업을 모두가 회피하는 상황에서 사천시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적임자를 찾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사천지역 중견업체인 D건설(주)과 선이 닿은 것. D건설은 기존에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하고 있던 3개 하도급업체의 계약을 승계하기로 해 분란의 씨앗을 미리 잠재웠다.

그런데 이런 D건설의 사업 승계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차후 (사천시로 부터)다른 보상이 있지 않겠냐’는 식이다. 염량세태라고는 하지만 전문가적 식견과 애향심까지 폄훼하는 듯해 안타깝다. 안전기원제 자리에서 만난 D건설 대표는 “수십년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면밀히 분석한 결과 최소한 적자 보지 않고 완공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지역업체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게 적으면 모든게 이상하다(少所見 多所怪)’지만 숨은 길을 찾아내는 전문가의 혜안을 범인의 눈높이에 맞춘 자를 들이대선 안된다.

박헌진 지역경제과장은 “대부분 지역업체가 외면할 때 공사중단이 장기화 되면 어쩌나 우려가 컸다. 언제까지 표류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위기를 잘 넘겼다. D건설이 애향심을 갖고 사업을 승계해 줘 감사히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삼천포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6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예전의 서부시장을 포함한 사천시 동동에 4000㎡ 규모의 수산물 종합유통센터를 건립하고 포장마차 거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청결한 수산시장의 이미지 확보는 물론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계획과도 선이 닿아 있다. 주말장터 운영과 차 없는 거리 조성, 삼천포 유람선 및 각산 케이블카 연계 등 다양한 활용도를 마련한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그리고, 사천시는 오감만족을 콘셉트로 시장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발굴해 스토리텔링을 개발,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살거리, 체험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비온 뒤 땅이 더 굳는다고 했다. 풍상을 겪은 매화의 향기가 더 진하듯 시련을 극복한 삼천포수산시장도 전통시장의 표본이 돼야 한다.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삼천포수산시장이 준공된다. 그러나 건물만 짓는다고 명품시장이 절로 되진 않을 터, 건물 준공은 명품시장의 걸음마에 불과하다. 번듯한 외형과 격이 맞는 내실로 채워져야 명품시장이 완성된다. 이 길은 모두가 함께 걸어야 가능하다. 터줏대감으로 생업에 종사할 상인들이 주인임은 불문가지다. 최근 삼천포수산시장은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 최대 10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는다. 마침 그동안 고질로 지적되던 앞바다 오염토도 준설됐다. 이제는 명품시장에 자리잡을 터줏대감들이 나서야 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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