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이 된 창원시 통합
타산지석이 된 창원시 통합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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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통합 창원시의 필연적 갈등이 극단에 치닫고 있다. 창원시의회가 마산시 분리 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마산시 분리가 지역은 물론 전국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애초 통합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부분적·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능동적 소수가 주도하고 침묵의 다수는 통합의 효과와 대도시화에 따른 심리적 만족이란 모호한 기대 속에 끌려 갔던 통합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극단적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혼란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통합효과 실현을 위한 대안탐색과 행동에는 소홀하고 시청사와 대형 시설물의 균등배분이 곧 균형발전이란 단순한 생각에 빠져 통합의 의의를 수년간 망각해온 결과이다. 현재로선 어렵게 실현한 통합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임이 분명하다.

창원시 통합은 진지한 분석과 검토 없이 통제받지 않는 정치적 힘에 의해 이루어진 비민주적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사례이다. 비록 통합 전 세 도시의 시의회 의결을 거쳤으나 이것도 지방의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기초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을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들이 행사했었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지방정치의 분명한 현실이다.

통합 창원시는 자율통합의 모범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수 시민들은 사실상의 강제통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리인들이 주인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서둘러 통합을 추진한 비민주적 사례이다. 창원시 통합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변수는 시민들의 절실한 요구가 아닌 정치적 힘이었다.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지배적인 생각이자 정치적 필요성이었고 이것을 뒷받침한 최소한의 논리는 검증되지 않은 행정 효율성이었다. 도시의 통합이 행정 효율성 실현을 위한 합리적 도구라면 많은 선진국 도시권의 이웃 도시들의 통합사례가 상당수 존재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근 도시들이 통합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면 인구 980만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88개 도시가 존재함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행정 비효율성의 극치가 아닌가.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인구 190만의 킹카운티에는 시애틀 주변에 38개의 독립도시와 타운이 있다. 효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미국 행정에서 통합이 행정 효율성 향상의 필수조건이라면 이러한 수많은 도시들은 대대적인 통합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해외의 통합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일본 시정촌 합병은 한국과 비교될 수 없는 작은 인구의 지방자치단체 간 부분적 통합이었다.

통합 창원시의 탄생은 중앙정부와 국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흐름 속에서 전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전략적 집중의 산물이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행정구역 개편만이 아니라 계층구조의 변화, 상위정부와 하위정부 간 기능의 조정, 즉 권한 재배분을 포괄하는 것이 원론적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행정구역 개편에만 집중하고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정부에의 이양은 무시되었다. 분리, 통합, 구역조정의 3가지 형식이 있는 지방행정구역 개편도 한국에서는 통합에만 한정되어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재정사정이 좋은 지역이 기존의 행정구역에서 독립하는 분리 사례가 오히려 많다.

한국의 지방행정구역 개편에서는 통합의 규모경제 효과가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으며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정치적 이익에 잠복되어 있다. 통합에 의한 기초자치단체 수 감소는 중앙정부의 통제력 강화로 귀결되며 중앙정부가 강화되는 만큼 국회의원의 영향력도 강화된다.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종속된 기초의회 의원들이 목줄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뜻에 반하긴 어렵다. 지역구 주민의 뜻보다 공천권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 더 절박하다. 정당 지배가 지방자치의 장벽인 셈이다.

이와 같이 하향적 지시형 개편과정에서 시민들의 진정한 요구가 반영되기는 어렵다. 창원시 통합의 성공과 실패를 현재로서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주민 중심의 통합이어야 하며 시 명칭과 시 청사를 확정한 뒤에 통합을 마무리해야 된다는 타산지석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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