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홍 기자
지금 온 나라가 빚 때문에 난리다. 가계, 지자체, 공기업 할 것 없이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 빚 무서운 걸 우리는 일찌감치 알았다. 외환위기 때 한국정부는 돈줄을 쥔 국제통화기금(IMF) 앞에서 말 그대로 설설 기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빚 많은 개인들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또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은 하루아침에 노숙인 신세로 전락했다. 이뿐만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시·군 중 최고인 성남시도 한때 빚에 두 손 들은 적이 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해양부 등에 내야 할 돈 5200억 원에 대해 지불유예(Moratorium)를 선언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듯 과도한 부채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과거를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최근에는 경남도의 부채규모가 알려지면서 ‘어쩌다 이 지경까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알려진 빚만 1조3488억 원. 여기에 출자·출연기관의 부채를 합하면 2조 원에 육박한다. 도는 부채청산을 위해 미 활용부지를 팔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지금 한창 논란 중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빚을 좀 줄여 보자는 뜻일 게다.
합천군 채무 128억 원은 지방재정자립도가 넉넉한 서울시나 울산시 같은 경우 말 그대로 껌값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인구 5만, 재정자립도 12%, 65세 이상 노인인구 32.5%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합천군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군은 빚을 갚기 위해 올해 예산 4252억 원 가운데 2070억 원의 지방교부세를 확보했다. 전년도 1909억 원보다 161억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또 35년 넘은 노후된 청사를 신축하지 않고 리모델링으로 대체하고 매년 일반운영비와 국내여비 등 경상경비를 5~10% 절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여기에 부채가 없어지면 5년 동안 이자로 지급해야 할 30억 원가량을 주민 숙원사업과 재정 건전운용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도 주어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나라 전체가 불경기라고 하는 이때 빚 128억 원을 다 갚은 합천군은 박수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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