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선 (진주문화재단 이사)
재수시절에 징집대상이 되어서 그랬는지, 아들이 군대 가면 훈련소 근처로 내신내서 그 동네로 가서 근무하겠다느니, 군대 근처에 텐트를 치며 아들 그림자라도 보겠다느니 자식사랑이 유다른 아내의 입버릇대로 된 건지 어쨌건 지금은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 중이다.
아들놈은 6주의 훈련기간도 잘 마치고 덤으로 우수훈련병으로도 선발되어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제일 많이 담아온 듯하다. 거기다 나를 대신해서 집안일도 잘 거들어주고 중대의 대장에게 복무전화도 철저히 하며 생각 자체가 입대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사나이는 태어나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예비군 중대에서 행정병 업무를 배우며 군 복무에 열심인 아들놈이 며칠 전에는 동원훈련을 연기했다가 소식이 뚝 끊긴 어느 예비군 훈련통지서를 직접 전해주기 위해 주공아파트를 방문했다고 했다. 그 집에는 예비군 훈련 대상자는 없고 뼈만 앙상하게 붙어 있는 할머니가 손자의 행방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해주더라는 것이었다. 그 내용과 함께 잠시 보고 느낀 그 집 환경 이야기를 해주는 이면(裏面)에는 걱정 없이 군 복무할 수 있게 그리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부모님께 감사하단 뉘앙스가 한껏 묻어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백 번의 잔소리나 훈계보다 직접 느낀 그 한 번의 일이 어쩌면 아들놈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삶의 지시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하는 구절이 좋다고 박수한다. 참고로 나는 교회 신도가 아니고 불자이다. 그러나 누구의 말씀이든 그건 상관없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가 감사하며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위를 한 번 둘러 내 가장 가까이 감사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고 감사할 일을 찾아보자. 지금 부족한 나를 인정해주고 내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라.
나도 오늘 카카오톡으로 ‘장한 내 아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해줘서 진짜 멋지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느껴줘서 고맙다’라고 글로 써서 보낼 것이다. 갑자기 전화로 하면 왠지 아들의 의아해하고 나 또한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해서 쑥스러울 것 같아서…. /진주 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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