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크연구원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국실크연구원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 김순철
  • 승인 2013.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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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지역자치부장)
하원경 한국실크연구원장이 임기 2년여를 남기고 최근 사퇴했다. 실크연구원은 하 원장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원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원장의 잦은 교체와 공백으로 연구분야의 영속성 저하 및 정체성 상실로 실크산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우려된다.

한국실크연구원은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의 부적정한 운영으로 중기청 감사에 적발돼 7억1000만원을 환수조치 당했다.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은 바우처사업으로 업체가 연구원이나 대학 장비를 이용할 경우 샘플 작업만 할 수 있는데, 실크연구원이 지역 업체에 본제품 생산용에도 지원하다 감사에 적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 전 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하 전 원장 혼자 짊어지는 선에서 끝내서는 안된다. 그동안 한국실크연구원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한국실크연구원은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 사업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면 안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이는 실크연구원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이 멀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실크연구원은 시제품 범위를 25~50kg으로 자체적으로 규정하여 제품생산용으로 지원했다. 또한 제품생산용 지원내역을 감추기 위해 신청물량을 허위로 다양한 종류로 분리하고 승인하는 등 관련서류를 조작한 정황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가격경쟁력(업체 절반)이 생긴 한국실크연구원으로 물량이 집중돼 지역 염색업체에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케 했다. 혜택을 보는 제직업체에서는 싼 값에 염색 가공을 할 수 있어 좋아할 지 모르나 경쟁력을 상실한 호림염직은 문을 닫았으며, 나머지 염직, 연사 업체들도 폐업 일보 직전이다. 연구 개발에 주력해야 할 실크연구원이 기존 업체와 경쟁구도를 형성, 기존 업체를 죽이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한국실크연구원의 설립 취지 및 존립 이유를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크연구원은 하 전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운영 시스템도 도마위에 올랐다. 조직 내부에서는 일을 추진하기 전에 이사장에게 사전 보고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돼 있어 원장이 책임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하 전 원장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관상 이사장이 과반수 이상의 징계위원 선임, 원장 유고시 부원장이 대행하는 시스템이 아닌 이사장이 직무대행자가 되는 문제점도 노출했다.

한국실크연구원이 조직 내부간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한국실크연구원에게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진주시가 사업·운영비 잠정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시는 중단이유로 환수조치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환수금 구상권 행사 등 사후조치 미흡 등을 꼽았다. 궁극적인 이유는 실크연구원이 변화와 개혁은 하지 않으면서 시의 지원만 바라고 있는데 대한 제재로 풀이된다. 시의 조치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지원중단에 그치지 말고 지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감사를 통해 시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였는지 조사하고, 이에 따른 책임도 물어야 한다. 감시가 미흡했다면 진주시는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부터라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국실크연구원은 이제 정관 개정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새 원장도 공모하고 있다. 새 원장이 선출되고 나면 한국실크연구원은 비민주적인 요소 등을 해소하고 뼈저린 성찰로 원점에서 새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서 실크산업발전에 필요한 생산기술 연구개발 및 지도보급과 기능인력양성, 연수로 실크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국제경쟁력 제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기존업체와 경쟁구도 대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실크연구원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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