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서민들의 퇴근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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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용인
  • 승인 2013.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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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독특한 먹을거리를 찾아서 <마산통술>

사진=황선필 기자

 
“친구야! 우리의 하루는 가고파 바다 너머 해도 덜 올라 집을 나서 해거름 저녁이면 무학산 너머로 해를 넘기고서야 마침내 돌아 올 수 있지 않는가? 종일을 일터에 서서 버틴 발가락이 물러 터져 있으면 이날까지 버텨준 두 다리에 맥이 빠져 있으면 퇴근길에 그 가시 내 통술집으로 가자. …중략…, 파닥 파닥한 생선을 골라 우리들의 내일 아침이 거뜬히 일어서도록 다듬지 않던가? 그 가시 내 통술집에서 들이키는 노을 빛 물든 한 잔은 생 막걸리며, 생맥주 할 것 없이 하루의 컬컬한 목도 이 날 평생의 말라있는 목줄도 타고 적셔 내리며 내 오늘의 피로와 내 생의 누적된 묵은 중량의 무게까지 모조리 쓸어내리지 않던가? 우리는 못할 말없이 막혀 있던 우리의 할말을 다하고 그 통술집은 남김없이 그 말을 다 듣고 있지 않던가?”

‘친구야! 퇴근길에 OO통술집으로 가자’란 제목의 이 글귀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직접 시를 짓고 표구까지 멋지게 만들어서 자신이 자주 찾는 통술집 벽에 걸어 놓은 내용이다. 이는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한 뒤 지친 심신을 일으켜 세워 동무들과 함께 잘 가는 통술집에 들러 막걸리로, 생맥주로 한잔하면서 피로를 달랬던 어느 이름 모를 교사의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한다.

마산통술은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하루의 회포를 풀면서 처진 어깨와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지역의 관심사를 논했던 긴 시간들이 이어지고, 또 세대로 이어지면서 마산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됐다.

◇탄생 배경

마산통술이 유명하게 된 것도 먹거리의 보고인 어시장이 한 몫 했다고 볼수 있다. 가까운 진해만에서 거제 앞 바다, 멀리 통영, 욕지도 등지에 잡은 싱싱한 횟감이 어시장으로 들어오고 통술집 주인들은 아침 일찍 이곳에서 구입한 먹거리를 장만해 상을 차려 손님들에게 내 놓는다. 20여 가지가 넘는 싱싱한 해산물과 푸짐한 안주 거리가 마산통술의 경쟁력이고 명물로써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마산통술은 한 상을 기준으로 3~4명이 모여 앉게 되면 기본 가격이 4~5만 원 선이며 제철에 나오는 횟거리와 해산물, 산나물 등 20여 가지의 안주가 기본으로 나온다. 요즘에는 제철에 나오는 안주로 우리나라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진동에서 생산되는 미더덕을 비롯해 봄도다리, 호래기와 쭈꾸미, 우렁쉥이(멍게), 전복, 생선구이, 곰치, 머위, 냉이 등 해산물·산나물이 주류를 이루며 안주는 술을 다 마실 때까지 주인이 그날 준비한데로 꾸준히 나온다.

그날의 주객은 저녁을 먹지 않아도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어 한끼를 때울수 있다.

그리고 추가되는 술은 소주·맥주 등 공통으로 5000원 정도 받고 있다. 특히 요즈음에는 손님의 취향이 바뀌면서 소주에 홍초(석류를 재료로 만든 식초)를 섞어 마시는 것이 눈에 많이 띤다. 이것은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숙취로 인한 고생을 덜하고, 술을 깨는 정도도 소주를 그냥 마시는 것보다 낫고 소맥(일정량의 소주와 맥주를 섞은 것) 보다도 훨씬 좋다는 게 그 이유다.

전국적으로 명물이 많이 있겠지만 마산통술은 마산지역의 명물이다. 지역으로 보면 진주의 ‘실비’, 통영의 ‘다찌’처럼 마산통술도 그 중의 하나이며 운영 방식이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진=황선필 기자

 

마산통술은 당일 준비된 20여 가지의 안주에 기본 가격이 정해져 있어 진주 ‘실비(안주 무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출을 올리는 것은 결국 소주와 맥주 등 주류에서 결정되는 것은 진주 ‘실비’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마산통술은 현재 마산 창동·오동동, 중앙동 지역에서 24개 업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창동·오동동 지역은 9개 정도 통술집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술집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주인들의 푸념이다. 지난 2010년 마산·창원·진해시 등 3개 시가 통합되기 전에는 마산시청이라는 관공서가 있어서 그나마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으나 지금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손님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마산통술은 아직도 창동·오동동과 중앙동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구 등지에서 온 외지인들은 싱싱한 횟거리와 푸짐한 안주의 매력에 빠져 간혹 창원 인근지역을 방문할 때 찾아오고 있다는 통술집 주인의 이야기다.

마산통술집은 좁은 공간이지만 통술을 찾는 대다수 손님들이 지역민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옆 테이블에서 아는 지인들이 보내는 술병으로 인해 인심이 묻어나는 아름다움이 있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의미와 유래

마산통술은 대다수가 지역의 명물이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지만 통술의 어원이나 유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설에는 손님들이 먹을 수 있는 양 만큼 통에 담아서 내 놓았다는 것과 ‘한 상’을 기준으로 하는 안주와 마신 술의 양에 따라 가격을 받았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마산통술은 현재 마산 창동·오동동과 중앙동 지역 등 2개 지역에서 성업을 하고 있으나 어느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현재 마산통술로 성업 중인 중앙동 지역은 인근 반월동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반월동은 60여년 전 6·25 동란 당시 각처에서 피난민들이 반월시장 옆 개울천에 판잣집을 짓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전투식량인 통조림을 판매로 생계를 이어온 일명 ‘깡통골목’과 인접해 있다.

이를 중심으로 해서 인근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마산통술문화가 형성됐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 창동·오동동 통술집은 수십년 전 일제 강점기시절에 요정에서 일을 했던 기녀들이 절정기를 넘기자 생계를 위해 어시장 인근에 좌판을 차리고 술도가에서 막걸리 등을 통에 담아 팔기 시작한 것이 통술의 유래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산통술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분위기에 일상의 대화를 나누면서 애환을 토로하고,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서민들의 먹거리 장소임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사진=황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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