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종자산업, 이대로 둘것인가
무너지는 종자산업, 이대로 둘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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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새봄을 맞아 종자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종자산업은 요즘 농업의 반도체로 불린다. 비싼 몸값도 그렇거니와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 먹거리의 원천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종자산업을 가만둘 리 없다. 이미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무, 배추, 고추 등 토종 채소종자의 50%가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넘어갔고, 양파, 당근, 토마토종자의 경우 무려 80% 이상을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동부팜한농이 세계적인 종자기업인 몬산토코리아로부터 채소종자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종자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몬산토코리아는 1997년 외환위기 전 국내 종자분야 1위와 3위를 달리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합쳐진 회사를 몬산토가 인수해 설립한 회사이다. 당시 흥농과 중앙종묘 외에도 서울종묘가 노바티스(현 신젠타)에, 청원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각각 팔려가면서 국내 4대 종자기업이 모두 다국적 기업에 팔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전자원과 종자연구 기술진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그런 아픔을 겪었던 터라 이번 인수의 의미는 각별하다. 토종 종자회사들이 경영난에 빠져 외국에 넘어간 지 15년 만에 종자주권의 일부나마 다시 회복한 셈이기 때문이다.



로열티만 연간 200억원 해외유출

종자주권을 일부 되찾았다고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금값으로 비유되는 파프리카 종자와 토마토, 시금치종자는 여전히 수입해야 하고, 고추의 대표품종인 청양고추의 종자도 몬산토 본사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들 품종은 국내 유통권만 확보했을 뿐 해외판권은 인수하지 못한 상태이다. 다국적 종자기업에서 생산된 종자는 다시 채취해서 사용할 수 없다. 이듬해 수확이 전년과 같지 않은 ‘불임종자’이기 때문에 매년 새 종자를 사야 한다. 농가의 경쟁력도 기존 품종에 비해 얼마나 개량된 종자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종자기업들이 로열티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 액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1년에 5억원에 그쳤던 종자 로열티 지급액은 2012년에는 약 22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해외에 내고 있지만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연간 약 80조원이 넘지만 국내 시장규모는 수천억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종자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한 이후부터다. UPOV 회원국이 되면 작물을 재배, 판매하기 전에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새로운 품종은 독점적·배타적 산업재산권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종자개발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짧은 데다 종자업체들의 사정도 열악하다. 국내 종묘업체수가 950여개에 이르지만 종업원수 10명 이상인 곳은 20여 곳에 불과하다. 배추, 고추 등 채소류의 국산화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화훼·과수분야는 12%대에 머물고 있다.



유전자원 확보와 전략적 품종개발 필요

세계종자시장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이로 인한 식량안보가 중요해지면서 그 규모가 점점 크지고 있다. 또한 바이오에너지 수요증가로 다국적 종자기업에서 개발한 유전자 변형작물 재배면적도 크게 늘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은 미국 몬산토, 듀폰, 스위스신젠타 등 10대 다국적 기업이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몬산토는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R&D자금(약 7000억원)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새로운 품종개발에 나서려면 무엇보다도 유전자원 확보가 관건이다. 농업선진국들은 100여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전 세계 식물자원을 수집해 상품화했다. 우리나라도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목과 품종, 재배방식 등을 철저히 분석해 집중 연구하는 체계적인 종자관리전략이 필요하다. 주요 품목별로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종자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민간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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