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둥지 속 "이 알은 뉘 알인고?"
뱁새 둥지 속 "이 알은 뉘 알인고?"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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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16>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알
붉은머리오목눈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알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덩치가 작은 새로서, ‘뱁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늘의 생명여행의 주인공은 작은 새의 대표주자 붉은머리오목눈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크기는 13cm이며 큰새의 대표 주자는 황새 112cm에 달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과연 황새와 뱁새의 크기 차이는 얼마다 될까? 둥지의 크기로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황새의 둥지는 지름이 180cm, 높이는 30cm로 둥지계에서는 최대 규모로 건축된다. 사람이 올라앉아도 될 정도로 대단히 크다. 반면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는 지름이 6cm 높이는10cm에 불과하다. 황새 둥지는 뱁새 둥지의 90배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덩치가 큰 새와 가장 작은 새간 비유를 통해 ‘힘에 겨운 일을 억지로 하면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는 지혜를 후손들에게 새를 통해 일깨워준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몸의 윗면은 붉은 갈색이며 아랫면은 누런 갈색이고 암컷은 수컷에 비해 색이 연하고 부리는 굵다. 둥지가 발각되지 않도록 잎이 많은 나뭇가지나 풀숲 망초 줄기에도 정교하게 둥지를 튼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보통 파란색의 알을 5개 낳지만 뻐꾸기의 흰색 알을 낳아 뻐꾸기의 탁란을 방어하기도 한다.

알은 낳고 약 13~14일 정도 알을 품어 새끼가 부화되면 어미는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다행히 뻐꾸기의 표적에서 벗어난 둥지에는 5마리의 새끼가 무사히 부화했다.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다 먹여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냈고 새끼는 점점 자라서 둥지가 비좁아질 무렵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작은 날개 짓으로 비행을 감행한다.
망초 줄기에 둥지를 튼 붉은머리오목눈이
망초 줄기에 둥지를 튼 붉은머리오목눈이

하지만 모든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의 새끼가 온전하게 살아나가는 것은 아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는 치명적인 천적이 있다. 바로 뻐꾸기의 탁란이 그것이다. 탁란(托卵 :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의 표적으로 뻐꾸기는 자기 새끼를 키우기 위해 다른 새의 생명을 무차별하게 희생시켜 자기종족의 생명을 이어가는 생태계의 테러리스트다.

몇 년 전 붉은부리오목눈이 둥지에서 벌어진 일이다. 둥지에는 5개의 알이 있었고 2마리의 새끼가 아침에 부화를 해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둥지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한 시간 동안 촬영 후 둥지를 찾았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둥지에 있던 두 마리의 새끼 중 한마리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과연 한 시간 사이에 둥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촬영된 동영상을 뒤로 돌려보고 그 비밀의 풀렸다. 갑자기 나타난 뻐꾸기 한마리가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 한 마리를 부리로 물고 달아나는 모습이 생생하게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새끼를 빼앗긴 어미새는 온몸으로 뻐꾸기에게 공격을 했지만 역부족 이였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와 뻐꾸기새끼
부화한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와 뻐꾸기새끼가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다.

자기 종족을 유지시키기 위해 비정한 뻐꾸기는 탁란의 타이밍을 놓친 시간을 다시 벌기위해 새끼를 물고나간 것이다. 둥지의 새끼와 알을 모두 훼손시켜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가 다시 알을 낳게 하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둥지 습격사건이 일어난 지 2주후 둥지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또 다른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는 뻐꾸기가 탁란에 성공해 붉은머리오목눈이보다 두 배는 큰 뻐꾸기 알을 탁란했다. 어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알을 품어 5마리의 새끼와 뻐꾸기 새끼 1한 마리 부화를 했다.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어미의 먹이를 독차지 한다.

혼자 남은 뻐꾸기 새끼는 여러 마리의 새끼 소리를 내어 어미가 하루에도 16시간동안 사냥하게 만들어 자기 배를 채운다. 대리모의 정성으로 20~30일 후 뻐꾸기는 둥지를 떠나게 되고 둥지를 떠난 후에도 일정 기간 보살핌을 받는다. 뻐꾸기는 한 개의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탁란을 해 대리모에게 새끼를 키우게 하는 분산 투자가로 유명하며 탁란은 뻐꾸기의 생존전략이며 자연의 섭리다./경남도청 공보관실 근무
붉은머리오목눈이01
붉은머리오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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