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팬들과의 약속이다
경기는 팬들과의 약속이다
  • 박성민
  • 승인 201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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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지난 20일 야구팬들은 TV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LA 몬스터 류현진의 선발 등판경기가 예정된 것이다. 그러나 전날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지역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예보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간절한 마음에 고국의 팬들은 리모컨을 놓지 못했고, 미국 현지 야구팬들도 상당수가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시작 전부터 내린 비는 경기시간이 지난 오전 8시(한국시간) 이후에도 그칠 줄 몰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결국 우천취소를 결정하고 다음날 더블헤더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이날 같이 경기에 큰 지장이 있는 기상상황이 아니면 연기 확률이 매우 낮다. 경기 중 우천시에도 팬들을 위해 좀처럼 노게임에 인색하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우천 연기 경기가 16경기에 불과하고 그 비율도 5%를 조금 상회한다. 방수포와 배수시설은 최상급이며 돔구장 역시 7개에 이른다. 이웃 일본도 여름철 고온 다습하고 장마와 태풍을 대비하기 위해 6개의 돔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잠실과 사직을 제외하곤 열악한 구장시설로 비가 오면 경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리모델링을 거친 마산구장 역시 배수시설을 보완했지만 워낙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

지난 23일 전국적인 비로 일상성이 생명인 프로야구 경기는 전부 멈춰버렸다. 지난 6일과 20일에 이어 벌써 3번째 전 경기가 비로 순연됐다. 벌써 일정의 14%가량이 우천으로 연기됐고 9구단의 불규칙한 구단별 경기횟수로 팬들의 상실감도 커져가고 있다.

돔구장이 없는 프로야구에서 비는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비가 조금만 내리면 경기시작 3시간 전 일찍 우천취소를 발표하는 관행은 팬들의 불만을 증폭시킨다. 특히 23일 목동경기는 서울지역 강수량 5.5㎜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우천취소가 발표돼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같은 시각 경기가 있었던 창원과 부산에 48.0㎜가 내렸음에도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취소가 결정됐다.

야구인프라 차이와 팬들을 위한 신속한 결정,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우천취소 결정이 너무 빠른 감이 적지 않다. 경기일정은 팬들과 약속이다. 그렇지 않아도 WBC 예선실패와 초반 리그 양극화로 부침을 겪고 있는 KBO로썬 적극적인 팬들과의 스킨십에 나서야 한다.

‘가랑비에 옷만 젖어도 야구 안할 것 같다’라는 팬들의 볼멘소리를 700만 관중시대를 지향하는 KBO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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