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쪼개서 생각하면 훨씬 쉬워진다
작게 쪼개서 생각하면 훨씬 쉬워진다
  • 곽동민
  • 승인 2013.04.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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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곤섭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얼마 전 한 학생이 이런저런 상담을 하던 중 단시간에 생화학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고, 점수를 많이 올릴 수 있는 비법이 없는지를 물어왔다. 남들은 쉽게 점수를 잘도 받는 것 같은데, 오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펴는 순간, 이걸 대체 어떻게 공부하나 싶어 골치가 지끈지끈하고 진도가 대체 나가지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부하자고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는 순간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보냐 싶어 두꺼운 책을 앞에서 뒤로 주룩, 뒤에서 앞으로 주룩 펴 보니 한숨만 쉬어지더라고 했다.

심리학자 브레츠니츠는 재미있는 실험을 보고했다. 군인들에게 똑같은 40㎞ 거리의 행군을 시키는데 한 그룹에게는 “오늘 행군거리는 30km인데, 이 행군이 끝나면 다시 10km를 더 행군하도록 한다”고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실제 행군거리가 40km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행군거리는 60km이다”라고 했다. 행군이 끝난 뒤 각 그룹의 혈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보았다. 이 두 그룹은 동일한 40km 거리를 행군했음에도 불구하고 30km 거리를 상상하며 행군한 그룹보다 60km 거리를 상상하고 행군한 그룹의 많은 군인들은 탈진 상태의 신체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들은 어떨까?

마라톤 선수들은 42.195km를 그냥 뛰는 게 아니라 한다. 한번에 그 거리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지므로 먼 거리를 여러 구간으로 쪼개 놓고 각 구간별 목표 도달 시간을 정해 놓는다는 것이다. ‘이번 5km는 15분 내에 달리고, 그 다음 5km구간은…’, 그리고서는 5km 구간만을 생각하며 달린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만사는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몸은 현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바라보는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그 일을 잘게 쪼개어 생각하면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다. 짓눌린 머리는 새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억지로 책상 앞에 붙어 있어 봐야 말짱 헛것이다. 쓸데없는 걱정과 잡념만 더 무성해진다. 잡념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악순환만 계속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목표라도 작게 쪼개서 가까운 것부터 차근차근 생각하고 실천해 보면 쉬워진다. 그렇다 잘게 쪼개면 가벼워진다.

주말엔 마라톤 대회가 있다. 5km, 10km, 하프·풀코스.

마라톤 선수들은 어떤 구간의 종목에서든 내가 한꺼번에 그 거리를 달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더 피곤해진다. 따라서 거리들을 잘게 쪼개서 짧은 거리만큼씩을 달린다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더 가뿐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짧게 쪼갠 구간구간의 실행과정을 1초 단위로 단축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보면 더 나은 결과들이 나오지 않을까. 달림이들이여! 전체 거리를 짧게 짧게 나누어 즐겁고 상쾌한 마음으로 가볍게 달리다 보면 보다 갱신된 기록 또한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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