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엔저, 북한 그리고 경남경제의 돌파구
아베의 엔저, 북한 그리고 경남경제의 돌파구
  • 경남일보
  • 승인 201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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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은 엔화의 통화량을 내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단순하다. 문제는 엔화를 대량으로 찍으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낮추게 되는데, 그 여파는 우리 경남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엔화 환율은 지난해 9월에 달러당 77.4엔에서 최근 100엔에 육박하고 있다. 통화량을 늘리는 이유는 지난 15년간의 경기침체를 극복하자는데 있다. 지난 90년대 초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한 버블 붕괴의 여파로, 다시 2000년대부터는 물가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앓고 있다. 지난 1월의 일본 소비자물가지수가 -0.3%에 불과하다.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 높은 한국 등에 투자)’도 엔저를 유도하였다.

일본이 통화량을 늘리자, 이러다 환율전쟁(currency war)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우리도 금리를 낮추고 돈 풀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한다. 급기야 이달 18~19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간 회의가 열렸건만, 일본의 통화량 증가를 용인하는 분위기로 끝나 아베의 돈 풀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책의 노림수는 실물경기에서 바로 나타나고 있다. 도요타 등 자동차의 생산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고, 철강 수출액도 늘고 있다. 엔화 환율이 지난해 9월 대비 27%나 떨어졌으니, 일본산 제품의 대외 가격경쟁력은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엔저 여파는 경남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도내 제품 대부분은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관계여서 엔저로 인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즉, 기계, 자동차, 철강 등이 그것이다. 올해 들어 이러한 품목들의 수출액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코스피 지수 하락처럼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환율과 같은 거시지표의 변동에 지역단위의 대책은 참으로 어렵고 궁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의 엔저를 G20국가들이 용인하고 미국과 EU에서 이미 면죄부를 준 것이기에 우리 정부로서도 뚜렷한 대책을 강구하기란 여의치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좌충우돌 북한 때문에 이른바 한반도 위험(Korea risk)으로 인한 원화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엔저-원고, 즉 엔저에 부응하여 원화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침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엔저가 달러당 100엔 이상으로 더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하겠지만 이미 110엔, 심지어 120엔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 상의에서는 달러당 100엔만 유지되어도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30~4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베의 의도대로 엔저는 지속될까? 자국만 살겠다는 의도적인 엔저정책은 다른 국가들의 견제를 받게 된다. 또한 미국경기가 더 후퇴하게 되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큰 변수다. 한반도의 위험이 가중되어 동북아 안보가 위태로우면 안전자산으로 엔화를 매입할 수 있다. 금번 개성공단의 철수처럼 코리아 리스크가 지속될 때는 엔저의 파괴력이 상쇄될 수도 있다.

엔저가 막연하게 일본경기에 호조건만은 아니다. 단기에는 자국의 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을 염려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값싼 엔화의 해외유출이 심화된다면 미래의 일본은 오랜 기간 더 깊은 버블에 허우적댈 수 있다.

엔저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정부는 해외시장 정보의 빠른 공급이 필요하다. 특히 KOTRA 도내 무역관도 다시 부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엔저로 인한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업이 사후에 알게 해서는 안된다. 경남도의 통상업무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특히 해외사무소의 정보수집 및 제공 등 기업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자금 등 금융지원과 기보·신보 등의 특례보증도 강화해야 한다.

도내 기업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은 물론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도내는 물론 국내 동종기업과의 경영통폐합(M&A)을 통해 해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외국기업 혹은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 내지 경영통합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다. 엔저로 일본관광객 유치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중국인 유치 등 발 빠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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