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필요해요?…속으론 아픈 '삼포세대'
결혼 꼭 필요해요?…속으론 아픈 '삼포세대'
  • 정희성
  • 승인 2013.04.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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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정, 사랑으로 '힐링' <1>
5월 가정의 달. 본보는 ‘행복한 가정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모토로 한달간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재한다. 가정을 이루길 포기한 슬픈 ‘삼포세대’에서부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가슴찡한 자화상 ‘기러기 아빠’, 외로워서 더 힘든 ‘일그러진 노인’ 등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이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해본다.

‘무너진 가정’, ‘흔들리는 가정’은 결국 사랑으로 ‘힐링’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행복한 가정 꿈 ‘드림’에 모든 역량을 발휘해 보고자 한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과 제보도 기다린다<055-751-1062> /편집자주


# “너 언제 결혼할 꺼야”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A씨(37·진주 거주)는 가족들이나 친척,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기운이 쭉 빠진다.

“누구는 결혼을 안 하고 싶어 안하나. 30대 후반인데 박사논문이 길어져 졸업이 늦어지고 있다.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지만 걱정이다. 졸업은 기약이 없고 모아 둔 돈도 없다. 그렇다고 대학원 졸업 후 번듯이 직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결혼의 거의 포기했다”며 A씨는 한숨지었다.

# 창원에서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B씨는 항상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며 자기자신을 애써 위로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B씨 연봉은 2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B씨는 “몇 번 지인들의 주선으로 소개팅 자리에 갔지만 ‘연봉이 얼마냐’고 묻는 질문에 솔직히 이야기하면 여자들의 얼굴이 굳어진다”며 “대학생때는 직장만 구하면 결혼도 빨리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돈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결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수 년 전부터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가 등장했다.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멋진 상대방과 결혼을 하고 토끼 같은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은 몇 몇 사람들만의 행복이 되어버렸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며 인간관계까지 포기해 가면서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은 쉽지가 않다. 또 취직이 돼도 대학 다닐 때 받은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바쁘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위해서는 집을 비롯한 혼수도 있어야 하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에 이는 꿈도 못 꾼다. 그마나 부모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되면 사정은 좀 나아지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전셋집 구하기도 벅찬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돈…돈이 문제다. 젊은이들은 말한다. “그 놈의 돈 때문에 결혼 포기했어요”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만 8000가구의 남녀 1만 3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결과가 이 같은 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결혼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대답이 줄어들었다. 남성의 경우 ‘결혼이 꼭 필요하다’고 답한 남성은 2년전보다 2.3%(69.8→67.5%), 여성은 6.5%씩(63.2→56.7%) 각각 감소했다.

결혼 기피 및 지연의 이유로 남성은 87.5%가 고용불안정을, 여성은 86.3%가 결혼비용 부족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실제 남성의 40.4%, 여성의 19.4%가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답해, 낮은 소득, 불안한 직장, 과도한 주거·결혼 비용 등이 결혼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2010년부터 3년간 결혼한 신혼부부의 경우 남성은 평균 결혼비용이 7550만원, 여성은 5227만원을 지출했다. 결혼비용 중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는 남성은 81.8%가 신혼주택 비용을, 여성은 44.8%가 신혼살림을 꼽았다. 또 자녀 1인당 대학졸업(22년간)까지의 총 양육비는 3억 896만원인 것으로 추정돼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부부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삼포세대는 단지 결혼을 할 형편이 안 돼 결혼을 포기한 그들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결혼포기는 자연스럽게 출산포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포세대 치유를 위해 우리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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