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키우고 가지치기 해줘야 새순 맛봐
낮게 키우고 가지치기 해줘야 새순 맛봐
  • 경남일보
  • 승인 201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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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참죽나무 순따기
곡우에 비가 내렸다. 속설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했다. 변덕스런 날씨를 대변하듯 높은 산에는 4월 말에 눈이 내리는 희귀한 현상도 나타났다. 예전 같으면 못자리에 뿌릴 볍씨를 담그는 시기다. 논농사는 농사 중 으뜸이라 종자를 고르는 일부터 볍씨를 담그고 뿌리는 일까지 부정이 타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쏟았다. 잘 못하여 뿌린 볍씨가 싹이 트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돈만 주면 논도 갈아주고 과학적으로 묘까지 길러 이앙까지 해주는 편리한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미뤄왔던 참죽나무순을 따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순을 한 번은 땄어야 했으나 4월초에 기록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새순이 고개를 내밀다 동해를 심하게 입어 얼어 죽는 일이 벌어졌다. 다시 올라온 어린 순도 저온이 계속되는 바람에 자람이 더뎌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보통 사람들은 참죽나무라고 말하면 잘 모르고 가죽나무라고 불러야 알아듣는다. 그러나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엄연히 다른 나무로 순을 따 먹을 수 있는 나무는 참죽나무가 맞다. 옛날 초가집에서 살 때는 장독대 옆이나 울타리 주변에 참죽나무를 심어 새순으로 밑반찬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두어 번 부드러운 새순을 따먹고 뒤늦게 나와 크게 자란 순은 찹쌀로 쑨 풀을 먹여 만든 자반을 즐기기도 했다.

참죽나무는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른 봄에 나는 붉은 빛이 도는 부드러운 새순은 식감도 좋고 향이 더 진하다. 특이한 향을 지닌 음식에서 보듯 한 번 참죽나무순의 향에 익숙해지면 즐기게 되고 때가 되면 다시 찾게 된다. 예전부터 향에 익숙한 연세 많으신 분들이 특별히 즐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순을 딸 참죽나무는 수년 전 과수원을 조성하기 어려운 경사지에 심은 나무다. 처음에는 씨앗을 뿌려 생산한 실처럼 가는 실생묘를 구해 심었다. 어린 묘목은 자람이 더뎌 자주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풀 속에 파묻혀 죽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떨어졌다. 그해는 어렵게 살아남았더라도 연약한 나무는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았다. 수년이나 걸려 여러 번을 심어도 경제적인 규모로 키우는 데는 어려움이 컸다. 그 때 잘 아는 지인이 뿌리를 파 적당한 길이로 잘라 묻으면 번식이 쉽다고 알려줬다. 그해 잎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비교적 큰 나무에서 파낸 뿌리를 한 뼘이 넘지 않도록 잘라 빈 땅에 묻었다. 해를 넘긴 다음에 초여름이 되자 거짓말처럼 땅을 뚫고 나온 새순이 몇 년을 키운 나무처럼 실하게 성장했다. 요즘 따는 참죽나무 순은 그 때 심었던 나무에서 채취한다.

그동안 참죽나무 순을 따는 일은 어머니 몫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시기를 맞춰 순을 딸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무니까 산에 심어두면 그냥 잘 자라고 있을 것으로 여겼다. 관심을 두고 순을 따러 간 밭은 생각하고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다른 나무가 많이 침범해 톱으로 잘라 없애야 했다. 순을 쉽게 딸 수 있도록 참죽나무는 낮게 키우고, 수확량을 생각해서 가지가 많이 나오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쉽게 말해서 순만 따먹고 방치한 것이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있는 그대로 수확을 하기로 했다. 높은 가지도 순을 두 번 이상은 따야 하니까 그대로 두었다가 여름에 나무를 잘라 낮추면 될 것이다. 순을 따보니 수확량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 지난 겨울 혹한에 나무가 많이 얼어 죽은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다음은 4월초 늦추위에 새싹이 나오다 얼어 성장을 멈추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순을 딸 수 있는 나무가 예년에 비하여 절반도 안 되고 자람도 더뎌 수확량이 줄 수밖에 없었다.

참죽나무 순은 판매도 원시적이다. 우선 따온 순을 골라 다발로 묶어야 하는데 그 다발이라는 것이 눈대중으로 크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크기도 다르고 무게도 묶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는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트집을 잡기 좋게 되어 있다. 판매도 공판장에서 경매에 의한 거래는 드물고 재래시장에서 알아서 사고파는 형식이다. 어머니는 시장에 참죽순을 해마다 받아 주는 곳이 있어 파는 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채소나 과일처럼 포장규격과 거래단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가 그치고 땅이 굳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주말에는 여러 가지 채소를 이식했다. 실 같은 파도 이랑을 세우고 반 뼘이 되도록 거리를 두고 심었다. 이제 큰 추위는 끝난 것 같아 수박도 열 포기 참외도 몇 포기 사다 심었다. 날씨가 더 따듯해지면 다음 주에는 오이도 심고 토마토도 심어 볼 참이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참죽나무순따기
참죽나무 순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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