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 찡한 맛처럼 고추농사 만만찮네
코 끝 찡한 맛처럼 고추농사 만만찮네
  • 경남일보
  • 승인 201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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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추 정식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하,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으나 아직도 저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은 최근에 없었던 저온 현상으로 개화기 농작물에 큰 피해를 남겼다. 그 영향으로 잎이 무성하게 자랐어야할 과수원의 나무들도 이제사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입하가 되면 농작물의 자람이 빨라지면서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잡초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을 난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논밭을 뒤덮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파종을 마친 논밭은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하는 바랭이와 같은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수시로 돌봐야 한다.

모내기 준비를 위하여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양수기를 수리하고 파이프를 무논까지 연결했다. 따로 키운 모를 논에 이앙할 때 물이 모자라면 이용하기 위해서다. 논이 천수답이라 가뭄이 들면 벼가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애를 태우다 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수년전 한마지기의 논을 파 웅덩이를 만들어 두었다.

마을 이장을 통하여 주문했던 고추 모가 도착하여 지난주에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두었던 밭에 정식을 했다. 오후에 배달받은 모에 물을 주고 하룻밤을 재웠다가 정식하기 직전에 물을 흠뻑 뿌렸더니 모 상자에서 쉽게 빠져나와 일하기가 쉬웠다. 막대기를 이용하여 비닐위에 30cm 정도의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한 포기씩 넣고 흙을 채웠다. 흙에 수분이 충분한 것 같아 따로 물은 주지 않았다. 한 이틀 지켜보다 착근이 안 되고 시들면 물을 다시 주기로 했다. 키가 작고 모가 튼튼하여 지주대를 당장 세우지는 않고 다음에 더 자라면 세우기로 하고 그냥 두었다.

우리뿐만 아니고 온 동네가 배달해온 고추모를 심느라 한 이틀 분주했다. 덕분에 따로 찾아가 묻지 않아도 쉽게 배우며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대부분 2~300 포기씩 심어 양념용 고추를 직접 재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많은 과수원 일을 하느라 일손도 모자라고 재배도 까다로워 시중에서 사서 먹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고추 가격도 오르고 사먹는 고추는 품질도 믿을 수 없다며 한두 집에서 시작한 고추재배가 온 동내로 퍼지게 되었다.

고추재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기억에 남아있는 어릴 때 보아온 고추재배는 요즘같이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지금처럼 농약을 뿌리며 재배하지도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추석 무렵이면 붉은 고추를 따서 지붕에 늘어 말리고, 서리가 내리기 직전에 고추 대를 뽑아 햇볕에 늘어놓으면 푸르던 고추가 빨갛게 변했다. 대를 뽑기 전에 가지 끝에 달린 풋고추와 잎을 함께 훑어 동치미를 담글 때 함께 넣기도 하고 장아찌로 담아 밑반찬으로 먹었다. 고추 수확을 마친 마른 대는 땔나무로 사용하는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고추로 알고 있다.

예전처럼 방치하면 수확을 할 수 없는 것이 요즘 고추재배라 한다. 병충해의 대표적인 탄저병과 역병, 균핵병은 물론이고 총채벌레와 진딧물도 잡아야 하는 등 병해충의 종류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어떤 이는 약을 지고 살아야 하는데 사먹지 왜 심었냐고 핀잔을 준다. 처음 심는 땅이라 병충해에 오염이 덜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고추를 좀 따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잘 키워보라는 이도 있어 희망을 가져 본다. 몇 포기 안 되는 고추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되니 고추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확을 많이 해서 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으니 풋고추나 따먹고 잘 되면 양념까지 마련할 수 있도록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더디게만 자라던 매실나무에 잎이 무성해졌다. 그동안 방치해 두었으니 한차례 병충해 방제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비화학적병해충방제연구회’ 김종호회장께서 연락을 주셨다. 방제할 때 살균제대신 유황탄화물을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매실탄화물도 천배로 희석하여 뿌리면 매실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며 알려 주셨다.

약을 뿌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방제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 많은 일을 줄을 늘여 직접 뿌려야 했다. 또한 매실나무가 여기저기 세 곳으로 나누어져 있어 기계를 옮겨가며 작업을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낮이 되니 기온까지 올라가 방제복안에는 흐른 땀이 물이 되어 흘려 내렸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정찬효 전 농협진주시지부장

고추정식
초보농사꾼이 고추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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