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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다도해 절경과 아픔이 공존하는 산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50>금오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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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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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까지도 정부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반공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교과서에 간첩을 식별하는 요령이나 방법을 실어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했다. ‘새벽에 흙 묻은 옷을 입고 홀로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라거나, ‘뻔한 길을 두번 세번 물어본다’거나 하는 따위의 식별 요령들이 그것이었다.

특히나 지리산 기슭 청학동일대에는 ‘간첩잡는 훈련을 한다’며 수시로 군인들이 들락거리면서 주민들을 대피하게 하거나 허공에 총질을 해대 긴장감이 더했다.

밤하늘 아득히 먼 산마루금에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것은 별빛이 아니었다. 전쟁, 간첩, 빨갱이, 총이란 말을 한두번쯤은 듣고 살았지만 그 빛나는 것이 이름도 생소한 ‘레이다 기지’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용도는 간첩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행동까지 감시한다는 식의 우스꽝스런 어른들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밤에 반짝이는 이 레이다 기지는 군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시 이 촌락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서슬퍼렇게 다가왔을 수도 있고, 또 반공에 대한 경각심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소하고 두려운 존재, 경외의 대상, 가보고싶어도 갈수 없는 곳, 어쩌면 영원히 갈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들이 지배했었다.

그 산이름이 ‘소∼산’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밤하늘 그 산꼭대기에는 여전히 불빛이 별처럼 깜빡거리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지경에 놓이고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아직 진행형이다. 이를테면 산천도 인걸도 상황도 의구(?)하다. 어릴 적 그 ‘소∼산’ 이 금오산이라는 것은 산엘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였다.

지리적으로 남해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기때문에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돼 왔다. 이 산 8부능선에는 봉화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찍이 호남으로 진출하려는 왜구들의 동향을 살피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아이니컬하게도 적의 동태를 살피는 통신수단역할을 했던 ‘봉화대’와 지금의 ‘레이다 기지’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언제까지 이 아픔은 계속될 것인가.

# 금오산(金熬山·849m)은 하동 진교와 금남면에 걸쳐 있다. 일출을 정면에서 맞을 수 있다해서 오행의 하나, 금(金)으로 판단했고, 한자 ‘큰 자라오’를 써서 금오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태양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큰자라 형상’ 이쯤될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일출산행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동군에서도 일출 산행객을 위한 대규모 편의시설을 갖춰놓고 해마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군사시설 때문에 통제돼 있었다. 근년에 와서는 군사시설이 하나둘씩 철수하고 일부만 남아 산행은 비교적 자유롭다. 차량이 정상까지 간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IC에 다다를 즈음, 왼쪽에 벽처럼 우뚝 솟은 산이 금오산이다.

이 산에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하는 경남보물 122호 마애불상을 비롯해 퇴적층 지대 끝에 자리잡은 봉화대, 달바위 암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공을 세운 정기룡 장군의 사당 경충사가 있다. 무엇보다 남해 앞바다에 펼쳐지는 다도해의 수려한 풍광은 두말할 나위없는 자랑거리다.

# 산행코스는 비교적 단순하다. 취재팀의 코스는 하동군청소년수련관에서 올라 약사암→갈림길→돌계단→나무계단→쉼터→마애불→정상→봉수대(석굴암)너덜길→갈림길→ 청소년수련관으로 회귀했다. 수련관 맞은편에 있는 경충사까지 약 8km에 4시간 30분(휴식시간 포함)이 소요됐다. 이 외 대송마을→마애불로 오르는 길이 있고, 구 남해고속도로 약수골랜드에서 정상으로 오는 길이 있다.

# 들머리는 하동군 청소년수련관, 수련관 측에서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을 개방해 놓고 있다.

오른쪽 물길이 있는 곳에 약사암, 그 아래 저수지. 농사철 아랫마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산 사면을 깎아 만든 등산로에 자갈이 더글거린다.

5월의 꽃, 철쭉은 초록잎과 꽃을 반반씩 키워냈고 적당한 수령의 참나무는 초록세상을 만든다. 싱그럽고 상쾌하다. 이 일대 계곡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출발 20여분만에 첫 갈림길이 나온다. 이 갈림길이 산행의 포인트. 산우들은 왼쪽길을 택했다. 갈림길 이후 급격한 오름길, 잘 정비된 돌계단과 나무계단, 그 끝에 너덜길이 이어지고 30여분만에 전망좋은 돌출바위 위에 설수 있다.

그 동안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섬 많은 바다 풍광이 18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이 나온다. 길고 깊은 쉼호흡, 공기가 맛있다.

전망좋은 돌출바위를 지나면 일정시간 평탄하고 고즈넉한 등산로 열린다. 꿈의 길, 천국의 길이 있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또 한번 오름길이 굽이쳐 이어지고 정상 1km를 남긴 지점에 휴식할 수 있는 벤치가 놓여있다. 이 지점부터 이 산 최고의 된비알이다. 몰아쉬는 거친 숨,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체열의 토악질…, 7부능선에 죽산 박씨 묘지가 있고 대송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해진다.

# 곧이어 마애불. 6∼7m높이의 수직 바위아래 자연적으로 형성된 2평 남짓한 공간 안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멀리서 봐선 잘 안보여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봐야할 정도로 희미하다. 불상은 달을 등에 업은 채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형상이라고한다. 그 옆에 9층석탑이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이 취하고 있는 형태로 미뤄 이 불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고 한다. 가볍게 주먹을 쥔 왼손을 가슴에 댄 채 검지를 세우고 그 왼손을 오른손으로 다시 감싼 형태, 이를 ‘지권인’이라고 하는데 이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임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한단다. 비로자나불의 고유한 손 모양이라고 적혀있다. 군에서 훼손을 우려해 CCTV를 설치해 놓았다. 짐작컨대 무속인들의 출현이 잦아 마련한 고육책으로 보였다.

2시간여만에 정상에 닿는다. 짐작은 했지만 진교에서 곧장 올라오는 군사도로가 신작로 처럼 깔려 있어 황망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다 군용차, 철조망 돔형레이다 기지, 조금 멀게는 민간 통신시설이 있다. 정상석에는 금오산, 소오산이 새겨져 있다. 어릴적 소∼산이라고 불렀던 그것이다.

우리나라에 금오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5곳이 있다. 하동 금오산을 비롯해 밀양 삼랑진, 구미, 여수, 경주에 있다.

정상에는 산행객과 해맞이객 캠핑족을 위한 화장실 그늘집 식수시설 등이 비교적 잘 마련돼 있다. 뒤로는 지리산의 웅장함, 앞으로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볼수 있다. 광양만이 구름 속에 아스라히 다가오고 가깝게는 하동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수증기가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가끔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하동화력과 광양제철소에서 날아오는 그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석굴암 이정표를 따라 하산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큰 규모의 바위군이 나타난다. 이 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너덜겅이다. 정상에서 바위와 돌들이 앞다퉈 쏟아져 사방의 사면을 장식하고 있다. 골짝으로 모여든 바위들이 수억년의 시간을 건너 강물처럼 흘러간다.

# 금오산 봉수대는 바위군의 상부에 자리잡고 있다. 밤에는 횃불을,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여 다급한 소식을 전했던 곳이다. 경남기념물 122호, 둘레 200m 석축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다. 봉수군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굴이 있고 주변에는 석굴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터를 잡고 있다. 봉수대 일부는 부처님의 불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려말기 조선초기에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돌밭을 내려서 계곡을 건너고 갈림길을 만나면 산행의 끝이 보인다.

정기룡 장군을 기리는 경충사는 청소년 수련관 건너에 있다. 사본으로 보이는 교지 몇점이 전시돼 있다. 정유재란과 임진왜란 시 왜구의 호남진출을 막아낸 무인이다.

진주에서 와 산행을 마치고 등산로에 주저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아주머니 일행을 만났다.

“아주머니 그게 뭡니까?.” (보자기를 펴 보이며)“께사리!(고사리)”, “이거는예?” ,“딱주!”, “이거는예?”, “께춤!!(고비)”, “께사리 사촌! 몰라?” 쩌렁 쩌렁한 아주머니의 목소리에서 봄이 한가득, 기쁨이 한가득 묻어났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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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짙어가는 금오산 오름길(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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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2 copy
금오산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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