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녹색을 더욱 펼쳐야
학교에 녹색을 더욱 펼쳐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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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5월은 신록이 우거지는 생명의 달이다. 어린이·어버이·스승 모두에게 감사와 기쁨과 보은의 달이기도 하다. 모든 기념일들이 지나간 것에 대하여 기념하는 날이라면 4월의 식목일은 앞으로 다가올 희망을 노래한다고 해서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5월은 그 희망을 직접 눈앞에 놓고 보는 달이라 하겠다. 산내들에 펼쳐진 녹색향연으로 눈이 맑고 시원하고 깨끗하다. 온통 보이는 것은 초록빛 물결, 새순이 돋고 희망이 싹 터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것 같다.

초록색은 기쁨과 건강을 선사하는 색이다. 초록색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맑아지고 건강해진다. 초록색 속에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풍요로워진다. 봄의 절정도 바로 초록빛으로 물든 세상에서 펼쳐진다. 움츠렸던 몸이 스르르 풀어지고 산내들로 몸이 자연스레 이끌려 간다. 자연의 에너지가 한껏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새롭게 돋는 싱싱한 야채와 산채들에서 기운을 얻고 활력을 충진한다. 5월의 산내들은 아름답고 기운이 생동한다.

5월의 산과 들은 칠판이고 책상이다. 도시의 학교에서는 산내들로 나가기 쉽지 않다. 한 학급이 움직이려고 해도 교통편부터 시작해 수업장소까지에 이르는 시간 등 복잡한 도시에서의 야외수업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학교 숲을 만든 곳에서 야외수업 명목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의 학교들은 어떤가. 학교만 벗어나면 어디든 야외수업을 할 수 있다. 펼쳐진 곳들이 산이고 들이다. 학교 울타리는 그저 산내들과의 사이에 금 하나 그어놓은 것일 뿐, 자연 속에서 수업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시골학교로 전학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수업을 하고 자연에서 성장하며 꿈을 키우고 보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자는 이유다.

아이들이 시골학교로 들어와 학원과 과외 등 틀에 박힌 생활, 닭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 미래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또 실질적으로 어릴 때 자연과 벗하고 자라난 사람들이 미래 창조적인 일들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논리와도 부합되는 일인 것이다. 미래의 성장동력은 어린이이다.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해야 미래도 밝다. 건강하지 못한 일진들이 판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도 밝지 못하다.

자연에서 자란 아이들은 비록 사소한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정신은 건강하다.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다툼은 금방 잊고 또 친하게 논다. 놀거리가 천지에 널려 있다 보니 스트레스 쌓일 일이 없다. 산내들로 나아가 노느라 하루가 바쁘다. 그것이 자연공부고 삶의 공부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었을 때 어렸을 적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산 것이 얼마나 좋았고 또 중요한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도 시골생활의 매력이다.

이러한 시골의 발전은 바로 학교로부터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뛰노는 학교가 북적대고 활기 있어야 그 지역의 에너지가 충만하고 힘차다. 그래서 시골학교의 지원은 보다 충실해야 하며, 또 자연교육의 질적 충만도 필요하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세계적 예술가나 학자들이 전원생활에서 모티브를 얻고 그것을 현실에서 드러나게 했다. 배경이 된 산과 들이 그들의 창조적 결과물의 배양토가 되어준 것이다. 그런 산과 들이란 배양토가 없었다면 그들은 주옥같은 창조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시골학교는 진화해야 한다.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학교로 몰려오는 배경에도 도시에서 이룰 수 있는 일들에 더해 산과 들이란 자연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 매력인 것이다. 거기에 자유롭고 수업도 알차다면 그보다 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반대로 도시의 학교에 시골학교의 이러한 자연성을 덧붙여 주려면 자투리 공간에도 작은 숲들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도시의 시골학교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초록색이 마음의 안정과 치유의 기능을 하고 있듯 학교에 녹색을 보다 더 마련해 주어야 한다. 녹색을 통해 일진의 마음을 씻어내야 한다.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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