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본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본
  • 경남일보
  • 승인 201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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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1918년 파리평화의에서 미국의 26대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의 원칙’을 주창한다. 모든 민족은 외세의 간섭과 지배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민족자결의 원칙에 가장 먼저 자극 받은 민족이 우리민족이다. 이듬해 봉기한 3·1독립운동은 민족자결의 발호였다. 독립선언문에 절절히 표현된 독립의 당위성과 평화, 국가간 공존공영의 원칙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민족자결의 원칙은 강국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던 약소국가들에게는 자존의 꿈을 안겨 줬으나 열강들은 이를 계기로 식민지국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닥치기 시작한다.

그 정점은 1950년부터 1960년 사이이다. 아프리카 케냐를 비롯한 기니, 스와질란드 등 수많은 나라들이 본격적인 저항에 나섰고 지배국들은 온갖 방법으로 저항세력들을 핍박했다. 집단학살과 고문, 강간 등이 무자비하게 자행됐고, 그럴수록 민족자존을 앞세운 저항운동은 거세게 일어났다. 그 영향으로 수많은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반면 식민지로 수백년간 영화와 부를 축적했던 영국을 비롯한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의 열강들은 점점 쇠퇴의 일로를 걷게 됐다.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로 대변되는 침략과 식민통치는 동서를 막론하고 무자비한 착취와 노예문화, 학살과 인권침해로 점철되었다. 이로 인해 피지배국의 저항세력들의 희생도 커져 갔다. 민주·민족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진리를 말하듯 자결은 그만큼 많은 대가를 요구했다.

영국은 최근 1960년대 식민지인 케냐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6년간 저항해온 무장저항단체 마우마우와 비공개회담을 갖고 과거사를 검증, 피해보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영국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이 3만명을 넘어 피해 보상액은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의 피지배국이었던 키프러스 저항단체 에오카 등 다른 나라까지 가담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도 영국은 현재 영국의 발전은 수백년간 노예무역 등 식민통치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선대의 모든 과거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냐에 대해서도 어떤 배상도 고문당한 그들을 위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역사로부터 기꺼이 배운다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지속적 특성’이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패권주의에 편승,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도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통렬하고 지금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나치전범에 대한 추적은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가까워 오지만 계속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인식이다. 독일의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진은 그런 역사인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 일본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들은 지금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재무장을 획책하고 있다. 그 나라 각료들은 스스로 인정했고 자신들이 모시는 천왕의 항복문서도 외면한 채 전범들의 위패가 안장된 신사참배를 당연시하고 있다. 강제징용과 정신대 문제에 대해서는 뻔뻔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피해자들이 당시의 처절하고 참혹한 상황을 증언하고 있는 데도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영국이나 독일의 역사인식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그것은 곧 국가의 격이 다르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적 위기는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심상찮은 우경화가 더 큰 위협이다. 그들은 학생들의 교과서에서조차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을 지우려 획책하고 있다. 일본에 의해 피해당한 자들이 세상을 떠난 후를 겨냥한 듯 그들의 야비함은 치밀하다. 그들의 재무장은 동북아의 새로운 패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성하지 않고 배상을 모르는 그들을 우방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시 한 번 민족자결을 생각하고 우리끼리의 반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할 때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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