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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건국신화 고천원을 예서 찾아본다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51>거창 우두산(별유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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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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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산 상봉으로 가는 길에서 병풍같은 암릉을 만날 수있다.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일본의 개국신화도 우리 단군신화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들이 내려와 땅에 닿기 전 가족을 이루고 살았다는 고천원((高天原·하늘의 벌판)이라는 별천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도 특이하다.

일본 역사서 고사기와 일본서기 등에는 일본 개국신 ‘스사노 노미코토’가 터를 잡은 땅이 언급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땅이 일본이 아니라 신라의 ‘소시모리’라는 곳이다. 소시모리에 살던 개국신 스사노는 동해를 건너 일본 이즈모(운국)에 정착한다.

이것이 일본 최고의 역사서가 전하는 일본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이 신화에 등장하는 소시모리 즉 신들의 고향 고천원은 과연 어디일까. 이경희 전 가야대총장은 일본 건국신화의 무대 고천원은 가야 땅 ‘우두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시모리’의 이두식 표기가 ‘소머리’ 이며 이는 대가야 땅 ‘우두산’을 일컫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총장은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가야 발상지 고령 땅에 ‘고천원고지’라고 새긴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의 언어학자 마부치교수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의 개국신과 신화의 고향’ 은 우리고장 거창 우두산이라는 얘기다.
 
▲달마대사를 닮은 바위.

#우두산(1046m)은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에 있는 산으로 별유천지, 별유산이라고도 한다. 말귀 처럼 생겨 마이산으로 부르는 것처럼 소머리 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두산이다. 상봉 의상봉 1018봉 장군봉 등 7∼8개의 봉우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의상봉은 우두산 최고봉인 상봉보다 명성이 더 높다. 특히 의상이 기도했다는 곳으로 이 산의 대표격이다.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닌 것같다. 전자에 언급한 것처럼 일본 개국신화에 대한 설화가 저변에 있어서라면 과장일까.

어찌됐건 산 사람들은 우두산, 별유산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의상봉으로 부르는 것에 더 익숙해 져 있다. 실제 이 봉우리에 올라보면 아마도 신들이 살았다면 이곳에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긴한다.

가조 들 주변에는 우두산 외에도 1000m가 넘는 산이 즐비하다. 동쪽으로 우두산의 한 줄기 비계산과 88고속도로 맞은편 미녀산, 우뚝하게 선 오도산, 북쪽으로 남산, 서쪽으로 또 다른 바위군 보해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가조 들녘과 산 지형은 참 보기드문 지형이다. 형성과정은 달라도 백두산과 천지를 닮았다.

천년사찰 고견사라는 고즈넉한 절도 있다. 천년수령 은행나무는 고운이 심었단다. 아름드리 구상나무군락지, 견암폭포, 보물 동종과 경남유형문화재 석불이 이 산의 주인들이다.


▲견암폭포.
#산행은 고견사 입구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마장재→상봉→의상봉→견암폭포→고견사로 하산했다. 7km에 4시간이 소요됐다. 일전에 의상봉에서 장군봉까지 산행한 것을 포함해 기록했다. 거창 가조 IC에서 빠져 이 산에 접근할 수 있다.

#들머리에 할머니 한분이 아예 등산로를 막고 앉아 취나물 곰취 고사리 등 산나물을 팔고 있다. 그런 그를 타박하는 이 없이 모두 휘돌아서 지나간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골의 흔한 풍경, 미소가 머문다.

고견사로 직진하는 코스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향한다. 철쭉과 진달래꽃이 혼재해 있는 숲속에 다람쥐가 인기척에 놀라 달음박질한다. 살아 있는 숲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작은 설치류 외에 토끼 족제비, 큰 동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그 많던 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여분만에 야트막한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갈림길, 왼쪽이 상봉 의상봉으로 곧바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물길을 건너가면 마장재로 통한다.

초행길인 산우를 상봉쪽으로 곧장 가게하고 일부 산우들만 마장재로 향한다. 출발 50여분만에 마장재 등성이에 올라선다. 멀리 탁트인 하늘아래 가야산의 위용이 구름 그림자에 쌓여 있다.

마장재는 우두산 상봉과 의상봉으로 가는 코스에 있는 등산로이지만 오른쪽으로는 비계산으로 통한다. 양쪽 산의 중간에 있는 고개로 수월리와 죽전리를 연결한다. 요즘은 도로가 잘 나 있어 트레킹과 등산로 외에는 용도폐기됐다. 이 일대는 철쭉과 진달래 억새가 평원을 이루고 있다.

1시간여가 지나면서 경치는 영화처럼 돌아간다. 바위와 암릉, 암벽이 어우러진 각양각색, 우두산의 속살이 차례대로 다가온다. 동해 추암처럼 생긴 길쭉한 바위가 있는가하면 곰처럼 생긴 바위, 달마대사를 닮은 바위, 병풍을 펴 놓은듯한 바위군, 로프도 계단도 모두가 산행의 묘미다.

최고의 조망은 상봉에서 바라본 의상봉 일대 산군이다.

정면 우뚝 선 의상봉의 위용과 그 뒤로 1018봉 장군봉 오밀 조밀 연봉들이 ‘신들의 고향’이라 할만큼 매력적이다. 공전의 히트 작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됐던 중국 원가계의 경치 하나쯤 옮겨 놓은 것에다 한국적 산의 매력을 보탰다고 할까.
의상봉에 오르려면 고도를 한껏 낮춰야한다. 산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의상봉 곁에 다가선다. 암벽투성이 거대한 바위가 하늘과 구름을 향해 우뚝 섰는데 보이는 것은 절묘하고 오르는 것은 아찔하다. 길게 늘어진 로프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데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든다.

바위쪽에 붙으면 경사 70도의 나무계단이 기다린다. 너무 험한 나머지 거창군에서 계단을 설치했다. 바윗골을 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도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질식할 듯한 직벽의 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좀 과장하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바람때문인지 산이 흔들리는 것인지, 어지럼증이 도진다. 그야말로 밧줄과 계단을 타고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지나면 바위틈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들이 말을 걸어온다. 힘겨워도 눈길 한번, 손길 한번의 여유로 고단함을 잊어본다.
 
▲신들의 고향 우두산, 그중 의상봉은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1시간 50여분만에 1038m 의상봉 정상에 닿는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내려갈 곳도 없다. 숨막히는 낭떠러지…, 의상의 수도처이자 일본 개국신이 살았을 법한 고스락이다. 되돌아서 고견사로 하산하든지 1018봉 장군봉으로 가야한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코스에는 지금까지의 암릉보다는 규모가 조금씩 작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경치가 정원처럼 편안하다. 장군봉이나 바리봉까지 가더라도 주차장으로 회귀산행이 가능한 하산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

#고견사는 해인사 말사로 신라 문무왕 7년(667)에 의상 원효 스님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절을 창건할 때 의상이 전생에 와 본 곳임을 깨달았다는데서 지었단다. 견암 견암사 견암선사로 불리었다.

고견사는 조선 왕실의 은총을 받았다. 조선은 고려 왕씨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밭과 향을 내렸고 절에서는 이 하사품으로 해마다 수륙제를 지냈다. 조선 숙종대왕이 내린 강생원의 운영당 현판이 있다.

고운의 흔적은 고견사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 둘레 6m에 높이만도 28m에 달한다. 보호수로 지정해 놓았다.

 
해인사 앞마당에 서 있던 전나무와 같은 전설을 가졌는데 믿어지지 않지만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고운 최치원선생은 일평생 많이 고단하셨을 것 같다. 그 많은 곳을 다니시느라 땀 꽤나 흘리셨을 것같다. 지리산
 
에서는 구름을 타고 다녔고 쌍계사 해인사 태종대에선 바위에 글씨를 새겼으며 해인사와 고견사에서는 미물, 지팡이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보물 동종 용머리에는 왕자가 새겨져 있다.
#동종은 보물 170호, 대웅전 안쪽 구석에 가보처럼 모셔져 있다. 1630년 인조 8년에 제작된 것으로 높이 97m, 고색이 창연하다. 17세기 전반에 제작된 동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용의 이마에 왕(王)자를 새겨놓은 것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 범종 중에서도 승장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설봉스님 작품으로 세부 문양의 주조 기술이 정교해 조선중기의 대표적 동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석불은 경남유형문화재 263호. 마모가 심하지만 오른손은 뭇생명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 왼손은 저마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여원인을 하고 있다. 견암폭포는 고견사 주차장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다. 20여m높이에서 그냥 떨어지는 물인데 자세히 보면 꿈틀거리며 치솟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이 계절,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 산을 추천하길 주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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