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 꽃눈 적어 일손더니 불행중 다행인가
냉해에 꽃눈 적어 일손더니 불행중 다행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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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솎기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고 햇살도 뜨거워진다. 산야는 푸른빛을 더해가고 무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인지 몇 년 동안 찾지 않았던 제비가 날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새로 짓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집집마다 제비가 찾아와 처마 밑 여기저기 둥지를 틀어 배설물과 진흙 그리고 지푸라기를 떨어뜨려 여간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비가 집을 더럽히는 것 말고는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라는 것을 알기에 사람과 한 지붕 아래서 번식기를 사이좋게 지내왔다. 지지배배 우는 소리까지 익숙했던 제비가 찾아오지 않게 되자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제비집은 물론 제비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 졌다. 그러던 제비가 찾아와 집을 짓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둥지 한 뼘 아래 골판지를 받쳐 배설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집을 더럽힌다며 제비집을 뜯어내지 않도록 하는 배려였다. 새끼를 많이 길러 전깃줄에 늘어앉은 제비 가족을 보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들녘이 푸름을 더해가고 식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틈나는 대로 과수원에 자란 풀을 베는 일도 지금부터 시작이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해 뿌리를 내리고 조건이 맞으면 무섭게 성장한다. 엊그제까지 여리게만 보이던 쑥도 쑥쑥 몰라보게 자라 무릎 높이가 됐다. 거름기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쑥은 뿌리를 빠르게 뻗어가며 싹을 틔워 쉽게 군락을 형성한다. 숙근초라 지상에 올라 온 줄기를 베어내도 뿌리에서 해마다 싹이 나오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잡초가 아니다.

단감을 솎아야 하는 시기가 됐다. 단감은 과일 꼭지가 여물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작업 효율이 높다. 꽃이 달린 여린 꼭지를 한 줄기에 하나씩만 남기고 손가락으로 젖혀 눌러버리면 쉽게 떨어진다. 시기를 놓쳐 꼭지가 여물면 솎음가위로 일일이 잘라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농사는 일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작물에 맞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때로 돈을 들여 일손을 사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뙤약볕 아래서 힘든 농사 품을 팔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 점차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가족의 손만으로는 일을 할 수가 없어지자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배 솎음작업을 끝내고 단감을 솎았으나, 올해는 개화기에 냉해 피해를 입어 열매가 달리지 않아 솎음 작업할 배가 없어졌다. 단감 또한 냉해를 피하지 못해 꽃눈 형성이 시원찮으니 작업량이 훨씬 줄어들게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냉해 피해 때문에 일손 구할 걱정이 없어졌으니 쉬엄쉬엄 단감 솎음 작업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감나무는 가지가 여리고 쉬 부러지기 때문에 나무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가능하면 나무를 낮게 키우고 높은 곳은 사다리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부분의 과수원이 평지가 아닌 산지가 많아 경사지에 사다리를 놓을 때도 특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사다리를 딛고 올라 설 때 받치는 다리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서 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 이용하는 사다리는 철제가 아닌 가벼운 알루미늄 제품이 대부분이라 다루는데 어려움은 없다.

주말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자 ‘비화학적 병해충방제 연구회’ 김종호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비가 내릴 때 M.P.K(토양미생물, 용과린, 염화칼리 혼합 배양체)를 시용해야 하니 감나무에 요소와 염화칼리를 섞어 뿌려 두라고 알려 주었다. 사용량은 그루당 작은 나무는 요소 200g, 큰 나무는 400g까지 사용하고 염화칼리는 요소 사용량의 반을 섞어 뿌리면 된다고 한다. 어렵게 만든 각종 탄화물을 뿌리라고 아낌없이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방법까지 일일이 가르쳐준다. 늘 이런 방식이다. 가르쳐 주는 대로 따르고 모르면 회장에게 전화하여 지도를 받아가며 농사를 배운다.

농작업은 비가 내리거나 비가 온 다음날은 논일 말고는 작업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비오는 날은 대부분 일손을 놓고 쉰다. 새벽까지 비가 내린 주중 하루는 점심을 먹고 다른 곳의 매실 과수원 작황을 보고 왔다. 매실농사를 제대로 짓고 있다는 과수원을 방문하여 생육상태를 보고 시비와 병충해 방제에 대한 주인의 설명도 들었다. 10년이 안된 매실나무는 과원을 빈틈없이 채울 정도로 크게 자라 있었다. 병해충의 피해가 전혀 없는 나무는 열매도 충실하게 잘 자라고 있어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솎음작업
단감솎음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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