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실 교수의 의학이야기
황영실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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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는 만병통치약인가 혹은 독약인가
스테로이드하면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25년 전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으로 약 2년동안 치료를 받아왔던 앳된 여고생이 있었다.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은 일반천식보다 증상이 더 심한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는 약물로 비교적 잘 조절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외래에서 볼 수가 없다가 어느 날 성숙한 20대 처녀가 되어 외래로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20대 처녀에서 볼 수 있는 건강한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았다.

병력을 들어보니 그동안 환자는 용하다고 소문난 곳에서 약을 구입하여 복용한 후 증상치료가 잘되어 치료받으러 올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수년 만에 다시 저의 외래를 방문했다. 그 이유는 피부가 윤기를 잃고 거칠거칠하며 배와 사타구니에 임산부와 같이 피부가 터서 동네 목욕탕에 갈 수가 없었고 결혼문제 등으로 고민 중 용기를 내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20대 처녀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병력을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오라덱손이라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구입하여 약 2년 동안 간헐적으로 복용하였다는 것이다. 이 약이 이 처녀의 아름다운 피부를 망가뜨린 범인이었다.

그럼 오라덱손이라는 스테로이드는 어떤 약일까?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그 작용시간, 약물 강도에 따라 3가지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째 그룹은 하이드로코티존군으로 작용시간은 약 12시간이고 약물 강도를 ‘1’로 계산하면, 둘째 그룹인 프레드니솔론군의 약물 강도는 첫째군보다 5배 정도 강하며 작용시간은 24시간이다. 셋째 그룹인 덱사메사존(상품명 오라덱손)의 약물 강도는 첫째군의 30배정도이며 2~3일의 긴 작용시간을 갖고 있다. 즉 오라덱손은 스테로이드 중 가장 강력하고 작용시간이 긴 약물이다.

이상의 지식을 갖고 이제 20대 처녀의 문제점을 보면 이러하다. 첫째 천식환자의 증상 악화 때는 프레드니솔론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처녀는 제일 강력한 오라덱손을 사용했다. 둘째 스테로이드는 질환에 따라 적절한 약을 적당한 기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처녀는 수년간 무분별하게 약물을 남용한 것이다. 즉 그 처녀는 약물의 강력한 효과만 알았지 그 이면에 있는 그림자는 보지 못한 것이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현대의학에서는 많은 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 일부 암 치료, 안질환, 특히 고령 환자에게서 많이 보는 관절염, 아토피 습진·건선 등 피부질환, 천식 등 호흡기질환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점 못지않게 고혈압, 혈당상승, 골다공증, 위궤양, 불면증, 면역기능억제 등의 부작용도 갖고 있다.

그럼 스테로이드와 같은 명약은 어떻게 사용하여야 할까?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잘 알고 환자의 질환에 맞게 적당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용량과 적절한 치료기간으로 치료한다면 부작용은 최소화시키고 효과는 극대화할 시킬 수 있게 된다.

스테로이드의 적당한 용량과 적당한 치료기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각 질병의 전문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 개인이 인터넷이나 풍문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처녀는 이제는 40대 여자로서 옛날의 부작용을 완전히 회복하여 여성의 아름다운 피부를 되찾았고 기관지천식도 잘 조절되고 있다. 그리고 몇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올 땐 25년 전의 앳된 여고생의 모습이 때론 저의 눈에 아른거리곤 한다.

/경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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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실교수
경상대병원 황영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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