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말자
어느 순간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말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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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요근래 들어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사용하는 단어를 하나 말하면 ‘갑을(甲乙)관계’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유행어 ‘갑을(甲乙)관계’에 대한 풍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지금까지 눈치게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SNS를 통해 그간의 말 못하고 있던 심정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갑을이라는 말이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를 조합하여 육십갑자(甲子)에서 유래하였다고 들었다. 천간이 하늘을 뜻하고, 지지가 땅과 관련된 것을 보면 대자연의 기운과 흐름을 나타내는 말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순리(順理)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갑을관계가 얼핏 순서가 있는 것처럼 갑과 을의 관계에 상하관계, 수직관계로 인식되어 버린 듯하다.

사람의 관계가 수평관계가 아니라 수직관계로 인식되어 버린 건 아마도 현대사회에서 작성되는 계약서에 계약주체를 보통 ‘갑’과 ‘을’로 표현하고, ‘갑’이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계약자를 지칭하고 ‘을’을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계약자로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갑을관계’가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사이의 관계로 쓰이는 보통의 명사로 인식되어 버린 것 같다.

갑을관계 사건은 비행기의 승무원 라면사건을 물꼬로 해서 호텔 도어맨의 빵 사장 사건이나, 어떤 우유회사의 사건이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의 폭력사건이나, 부모와 교사 간의 폭력사건이나, 사회복지기관의 마늘과 독방사건이나 국가의 망신이라고 하는 사건까지 갑의 횡포에 대한 뉴스를 통해 그 사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분명한 것은 강자에 의한 약자의 횡포라고만 치부하기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갑의 위치에 있었던 이 사건의 모든 사람들이 사건의 순간 자신의 위치로 인해 망각하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한다. 현대사회의 경제적 논리인 돈과 권력이라는 위치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주는 힘에 의해 순간 놓치게 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지금 그들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다. 갑의 자리에까지 오르기 위해 자기 자신도 을의 자리를 거쳤을 것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을 그들이 경제적 논리인 돈과 권력에 의해 무미건조한 삶에 희생되어 그 순간 사람 귀함을 잠시 잃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무시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과 권력이 곧 갑이 되고, 노동과 희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을이 되어 상하관계 속에서 우리들의 행동이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서글픈 세상이다.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위치가 점점 더 높아질수록 말은 더 젊잖아지고 낮아져야 하고 행동은 신중하고 책임이 뒤따를 수 있는 것만을 행해야 한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연연하고 욕심이 부르게 되면 결국 화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 속에서 갑을관계가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의 관계로 본다는 것은 결국 힘의 관계이고, 권력의 관계이고 그 속에는 보이지 않은 투쟁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면 이것이 학교든 직장이든 가정이든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수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관계를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 모두는 갑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갑을관계가 모두가 수직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자연의 순리처럼 수평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수평의 관계 속에서 행복한 삶도 분명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사회가 아픈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치료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희망을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순간이라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실수는 범하지 않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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