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에 대하여
행복해지는 법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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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준 (지리산고 교사)
최근 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리산고등학교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을 전국에서 모집하다 보니 불행의 조건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교사로서 이 학생들이 행복해지려면 그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고민은 법정 스님의 책에서 정답을 얻게 되었다. 책에 유대교 신비주의 하시디즘에서 전해지는 우화가 실려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천국의 문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앞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슬픔의 나무’라고 불리는 그 나무에는 사람들이 삶에서 겪은 온갖 슬픈 이야기들이 매달려 있다. 이제 막 그곳에 도착한 영혼은 자신의 슬픈 사연을 종이에 적어 가지에 걸어 놓은 뒤 천사의 손을 잡고 나무를 한 바퀴 돌며 그곳에 적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마지막에 이르러 천사는 그 영혼에게 그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 다음 생을 살고 싶은가를 묻는다. 자신이 보기에 가장 덜 슬퍼 보이는 삶을 선택하면 다음 생에 그렇게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영혼이든 결국에는 자신이 살았던 삶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고 우화는 말한다.

이 우화는 본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그래도 자신이 살았던 삶이 가장 덜 고통스러웠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화를 읽으면서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보았다. 삶에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우리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되물으며 고통속으로 빠져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우화가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슬픔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다른 사람들의 종이를 읽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종이’를 읽은 후에 결국은 내 삶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 내 눈을 돌릴 수 있어야 내 삶을 다시금 긍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나는 제각각의 불행의 조건들 앞에 놓여져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슬픔의 나무’에 매달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연을 읽어 보라고 말한다. 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려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첫 단추를 끼게 되는 것이다.

교단에 서 있다 보면 참으로 나 자신의 작음을 한탄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자신이 ‘슬픔의 나무’가 되어 수많은 학생들의 사연들을 가슴속 가지에 매달고 고통받는 학생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교단에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의 소소한 정답을 매달은, 학생들을 위한 ‘슬픔의 나무’가 된다.
이예준 (지리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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