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9급이 아니다
인생은 9급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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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을 갖는 게 참 중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하면 원했던 일을 얻을 수 있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이루어내기가 어렵다.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21년 전 3월, 나이 서른 살인 대학원 신입생 때의 일이다. 대학생처럼 대학원에도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그런데 차원이 달랐다. 석사과정이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 지위도 다 달랐다. 지위가 높고 사회적 계급이 높으신 분들도 많았다. 나이도 나처럼 30대 초반에서부터 40대와 50대는 물론 60대도 있었다. 장소도 호텔 연회장이었고 차림도 화려했다.

각자 자기소개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떤 만남이든 자신에게 소개를 하라고 하면 그냥 간단하게 한다. 소위 ‘무슨 과 또는 어디서 온 누구이니 잘 부탁한다’ 등이다. 자신을 소개할 것이 그리도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도 있다.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을 사회에 내놓으면서 또한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너무 밋밋하게 한다. 면접의 경우처럼 자신을 그렇게 소개해서 누가 뽑아가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좀 다르게 했다. 나를 소개하면서 먼저 “저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학인 경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라고 말하니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실이지 스스로 자신을 높여서 소개하지 않는다. 대학에서의 나의 평균평점은 C다. 누가 봐도 우수한 성적이 아니다. 취업 추천이나 장학금 대상 등의 경우 기준이 B이니 C의 성적은 하위이다. 만일 내 성적이 A쯤 되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그건 자랑이요 교만이니 말이다. 그렇게 낮은 점수인데도 우수한 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소위 역발상이다. 그리고 사회의 편견에 의해 높게 그어진 기준을 나름대로 좀 낮게 그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소개를 이어 갔다. “저는 현재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인데 월급 받는 급수가 9급이지 제 인생은 9급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자리잡고 살아가는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 앞에서 낮은 지위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른 흐름으로 소개를 하니 크게 박수를 친 것이다.

그렇게 21년이 지난 지금도 월급 받는 급수가 6급일 뿐이지 인생은 6급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급수가 없다.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 간에 자신만이 유일한 급수이다. 그러니 모두가 특급이다.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자랑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면서도 낮은 자세로 소개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 더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이다.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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