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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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경남과학기술대신문사 편집국장)
2013년의 봄날도 어느새 뜨거운 햇볕에 밀려 마감하는 분위기다. 학기 초반 별 이유도 없이 바쁘고 정신없던 나의 일상도 이제는 평범한 하루가 되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 처음으로 하게 된 일과 느낀 감정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3월쯤만 하더라도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색한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조우, 만남을 기대하고 걱정하는 표정에서 신입생의 풋풋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생활에 익숙해졌는지 기존의 재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별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함께 무리지어 다니는 친구가 생겼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 ‘끼리끼리 논다’라는 표현을 친구사이에 빗대어 표현했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외모나 성격, 가치관이나 사상이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다닐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새로이 형성된 인간관계, 즉 대학교에 입학해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친분을 쌓고, 무리지어 다니는 신입생들을 보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겪고 지나온 과정을 신입생들이 그대로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니 새삼 ‘친구’라는 이 두 글자의 의미가 궁금해진 것이다. 학업과 진로를 위해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대학은 그뿐만 아니라 성인으로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같은 나이, 학년으로 만난 사이를 우리는 친구라고 부른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이 친구라는 표현은 어떤 표현보다 자주 사용함에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단순히 가깝게 지내는 사이를 말한다면 그것은 동료, 동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진정한 친구는 ‘서로에게 귀감이 되는 사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잠시 스쳐가는 짧은 인연 속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그 중 서로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인 것이다. 그저 함께 밥을 먹거나 심심할 때 유흥을 즐길 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는 친구라면 그것은 친구라는 허울을 내건 타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보니 다행스럽게도 친구들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따끔히 충고해 주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장점에서 귀감을 얻고 배우는,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통해 ‘친구’에 대한 나의 가치관도 자연스레 성립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이러한 친구들에게 보다 올바른 본보기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랜 시간 우리에게 익숙한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이 어쩌면 유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친구 사이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그리고 평생, 아니 적어도 가정을 가지기 전까지의 친구는 인생에서 가족 못지않게 중요한 인간관계에 포함된다. ‘나는 과연 내 친구에게 어떤 귀감을 주는가’라는 자각을 통해 진정한 친구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의 인생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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