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정책이 시급한 이유
출산장려정책이 시급한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교수는 “한국은 미래의 기회와 위기를 함께 보여주는 국가다. 한국은 분명 잠재적인 미래의 리더국가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지금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때 미래의 리더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었던 나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10년을 잘못 보내면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던 일본이 10년 이상 계속되는 장기불황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앞으로의 20년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시스템적인 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및 고령화, 재정적자,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의 원인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이미 나타났거나 진행중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적 분열과 갈등, 남북한의 대치상황’이라는 문제를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가 우리의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 4.53명의 출산율을 기록한 이래 계속 낮아져 시간이 갈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가임여성(15~49세) 한사람이 평생 낳는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출산율이 1980년 2.63명으로 급격히 줄었고 1990년 1.60명, 2011년에는 1.24명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1970년 2.13명, 1990년 1.54명. 2011년 1.39명(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으로 출산율이 줄었다. 그 결과 사회활력이 떨어지고 내수시장이 침체되는 등 ‘저출산의 저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이 최근 4년 사이에 무려 25%나 감소했으며 소매업, 교육산업, 자영업 등의 내수산업들도 줄줄이 저출산의 폭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래의 내수시장부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서울지역에 위치한 유치원 중 30%가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 학생 수가 한반에 30명 이하로 떨어져 강남지역에서도 통폐합되는 초등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저출산은 수십조원의 교육시장, 출판시장 등의 잠재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고령화 문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2030년이 되면 일본, 독일,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당장 평균소득이 줄어들면서 지출은 60~70%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는 곧 내수시장의 불황으로 이어진다. 금융자산을 소진한 50대 이상 인구는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려 할 것이고, 이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부동산 경기침체를 악화시켜 연쇄적인 재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한다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인식은 민족의 장래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떨어진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출산율이 1.7명으로 떨어지자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했다. 그 뒤로 15년 동안 매년 44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인구 유지에 문제가 없는 2.1명 수준까지 출산율을 회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3년 출산율이 2.1명으로 떨어졌을 당시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출산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2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2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