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죄와 가족의 추락
성추행범죄와 가족의 추락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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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장)
요즘 온 나라가 대통령 전 대변인의 파렴치한 성추행 문제로 들끓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대변인이 외교를 하러 다른 나라에 간 대통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나라 인턴을 상대로 성추행을 자행하고 황급히 도망을 쳐 왔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문제가 되는 성추행의 요점을 짚자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업무시간 이후 자신의 보좌를 맡은 여자 인턴에게 술자리를 요구해 자정이 될 때까지 2시간 동안 호텔 바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그 과정에서 1차 성추행이 있었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인턴을 호텔 방으로 불러 자신이 알몸인 상태에서 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잡아 2차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온 나라 망신은 물론 50대 한국 남자들의 정체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물론 혐의가 조사되어 확실한 판결이 나겠지만 현재 회자되고 있는 성추행의 정도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어이없는 행동이며, 그것도 1차 성추행에 그치지 않고 2차 성추행까지 자행했다니 그 사람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여기서 성추행한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도덕적 심판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다. 그런 것은 혐의가 밝혀지는 대로 당연히 책임을 지게 될 부분이다. 필자는 성추행 범죄와 그의 가족들의 추락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전 청와대 대변인의 파렴치한 성추행 의혹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떨까. 이런 파렴치한 성추행을 저질러 온 나라의 지탄이 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입장은 또한 어떠할 것인가. 아마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남편을 쳐다보기도 싫을 것이다. 또한 그런 아버지를 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떠할까.

가족관계를 배우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하면서 자녀 된 입장에서의 심경을 추측해 보도록 하였더니, 대부분 배신감을 느낀다, 아빠가 혐오스러울 것 같다, 더럽다,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친구들도 주변사람도 모두 알고 있을 건데 수치스럽고 부끄럽다 등등의 대답을 하였다. 한편 아내의 입장을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서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으므로 이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 성추행을 한 당사자 못지않게 그 가족들 또한 죽을 맛일 것이다. 그 많은 주변의 친척들, 지인들이 모두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편이나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또한 도를 넘었기 때문에 아내와 자녀들도 정신과 치료를 통해 멘붕 된 정서상태를 수습해야 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상처는 이미 우리가 여러 선행사건에서 주지하는 바와 같아서 말할 것도 없다. 필자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성추행 범죄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성추행을 자행한 범죄자와 그 가족들마저도 나락으로 추락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이때까지 우리 사회의 풍조가 성추행은 그저 가벼운 일탈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가벼운 성추행이 심한 성추행이 되고 성폭력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사건도 어떤 심각한 성추행까지 진행되었는지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성추행 사건이 미국경찰에 신고되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추행은 어떤 변명으로도 덮어질 수 없다. 성추행범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이 줄줄이 엮여져서 심한 정서적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즉 성추행 이후 자신의 가족 간의 골이 깊게 패어 다시는 이을 수 없는 틈새가 자리잡게 됨을 깨달아야 한다. 나의 성추행은 항상 내 가족의 비참한 추락과 맞물려 있음을 명심하자.

가정의 달에 부부와 부모자녀가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하는 이때, 파렴치한 성추행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어 가정의 달이 무색해진다. 우리나라는 과연 언제가 되면 이런 파렴치한 성추행범들이 없어질 것인가. 그래서 죄없는 가족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인가. 이 기회에 성추행범을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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