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명동 앞바다, 6개 섬의 운명
진해 명동 앞바다, 6개 섬의 운명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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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WCA 명예총장)
지금, 진해구 명동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혀 개발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온 분들은 이번이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외래자본에 의해 진행될 개발은 환경파괴 뿐만아니라 주인인 주민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벌써 오래 전부터 창원시 해양개발사업소에서는 명동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해놓고 있었다.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국토해양부로부터 국가지원 거점형 국제마리나 항만으로 지정되어 항만시설과 유원지 조성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꿈꾸는 섬’이라는 이름의 해안형 유원지 조성계획에 의하면 음지도, 우도, 소쿠리섬, 초리도, 웅도, 치리도 등 6개 섬을 연결할 예정이다. 다리 혹은 케이블카로 섬과 섬을 연결하기만 하면 아름다운 해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히려 기존의 관광지와는 다른 특징을 살려서 명동이 명동답고 6개 섬의 개별 특징이 존중받을 때에야 비로소 아름다운 해안과 멋진 관광이 가능할 것이다. 모든 섬들은 각각 자기만의 이름이 있다. 섬은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고 공동체를 지켜온 오랜 설화가 있다. 명동 앞바다의 6개 섬 역시 자기 이름과 문화가 있다. 이것을 보존하고 존중하는 것이 명동을 위한 정책이다. 그리고 소중한 섬문화는 다리와 케이블카를 타고 지나가는 관광이어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일본 큐슈의 올레코스 중에 국립공원인 아마쿠사가 있다. 이곳에는 섬을 연결한 天草五橋가 있다. 지나가면서 보기에는 아름답다. 그러나 머무는 관광일 때에야 비로소 섬문화를 제대로 보면서 명동의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마음에 담아둘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쿠리섬과 곰섬(웅도)은 걸어다닐 수 있다. 썰물 때에 열리는 바닷길을 걷는 것은 멋진 경험이다. 걸으면서 바지락이나 게를 줍는 것은 더 재미있는 일이다. 곰섬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어공주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동화작가인 임신행 선생에 의하면 어느 할머님으로부터 직접 채록했다고 한다. 섬마을의 독특한 생활상이 담겨있는 이 전설은 ‘고~ 꽃네야 꽃네야!’라는 제목의 동화로 발표되었다. 곰섬을 걸으면서 건달이 어부가 인어공주를 그리워하면서 애달픈 목소리로 꽃네야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곰섬에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면서 불쌍한 인어공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토리텔링이 경쟁력이다. 이 전설을 어떻게 관광문화와 접목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대자본이 투입되어 호텔과 리조트, 유희시설, 요트장을 설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명동에 똑같이 조성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한때는 무인도 해수욕장으로 사랑받았던 소쿠리섬은 지금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백사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몇 번이나 모래를 부어 보았지만 인근 연안의 매립으로 인한 해류의 변화는 모래를 제자리에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더 이상 인공으로 뭔가를 이룰려고 하지 말라는 교훈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명동 선착장에서는 자그마한 배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소쿠리섬을 오가고 있다. 섬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서이다. 뱃머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일상생활의 복잡함을 털어내기도 하고 일렁거리는 파도를 느끼면서 새로운 세계로 가고 있음을 반가워하기도 한다. 뱃고동 소리를 들으면서 바라보는 섬이 더 아름답다. 벌써 음지도는 육지와 연결되어 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관광버스로도 출입할 수 있다. 그나마 음지도와 우도는 보행교로 연결된 것이 다행스럽다. 걸으면서 푸른 하늘과 바다색을 번갈아 볼 수도 있고 건너편 우도의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줄에 매달아 놓은 물메기를 만져볼 수도 있고 담장에 널어놓은 미역이나 다시마를 조금 뜯어서 맛을 볼 수도 있다. 남아 있는 4개의 섬은 아직까지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외롭게 바다에 떠 있는 4개의 섬은 보존해야 할 우리 모두의 예쁜 보물이다. 인근의 송도, 을미도, 수도, 아래꼬지섬, 윗꼬지섬은 웅동복합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으로 인해 육지와 맞붙어 버렸다.

섬과 섬을 잇고 다시 육지와 연결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섬이 아니다. 섬은 배를 타고 가야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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