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우체통, 편지 한 통이 그립습니다
사라져가는 우체통, 편지 한 통이 그립습니다
  • 정원경
  • 승인 2013.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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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밀려나는 손 편지의 추억 아쉬워
친애하는 경남일보 독자님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학교에서는 편지를 써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독자께서도 혹시 가족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는 받아보셨는지요?

지난 8일 손녀로부터 편지를 받은 서연자(60)할머니는 뜻밖의 선물에 행복했다고 전했습니다. 손녀가 손수 쓴 분홍색의 편지지에는 할머니 건강에 대한 걱정과 많이 사랑한다는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를 몇번을 읽고 또 읽던 서할머니는 손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답장을 써내려 갔습니다. 하지만 서할머니의 사연을 전달할 빨간 우체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1970년대 처음 등장한 빨간 우체통은 2000년대 들어 매달 평균 10~20개씩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우체통은 2만2000여 개로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1993년(5만7000여 개)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부산,울산, 경남지역의 현재 우체통의 수도 2977개로, 2007년 4351개에 비하면 6년 사이에 1300여개의 우체통이 철거되었습니다. 진주지역 또한 우체통 수가 많았던 2007년에 비해 73개가 줄어든 112개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체통에 들어가는 우편물이 줄어든 것은 짐작하다시피 전자우편 등의 영향으로 개인적인 편지가 급감한 탓입니다.

집배원들은 하루 200~300통의 일반 우편물을 수거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신용카드사·은행·백화점 등이 고객에게 보내는 발송물이라며 손편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우체통에 쓰레기를 집어넣다 보니 집배원이 이를 치우는 데 애를 먹는다니 씁쓸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해가 다르게 우체통이 사라지다 보니 정작 편지를 보내려 해도 우체통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이 불편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군대간 남자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김지은(22)씨도 집앞에 있던 우체통이 없어지는 바람에 남자친구한테 쓴 편지를 몇날 며칠을 들고 다니다 우체국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며 없어진 우체통을 아쉬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화나 문자를 통해 친구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편지를 쓰는 재미는 남다르다고 손편지를 추천했습니다. 남자친구가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적힌 편지를 받으면 그 감정은 이메일, 메신저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독자들께서도 누구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우체통에 얽힌 어릴 적 기억 한 편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을겁니다. 누군가는 밤새도록 연애편지 써서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통 앞에 서서 머뭇거리던 때가 있었을 테고, 군대간 오빠에게 위문편지 써서 우체통에 넣고 돌아오던 길, 객지 생활하는 언니에게 돈 많이 벌어 맛있는거 사오라고 편지써서 우체통을 찾았던 일들… 이제는 모두가 아련한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메일로 주고 받으니 구태여 정성들여 편지지에 써서 우체통에 넣는 사람들이 없으니까요. 문명이 발달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편지 한통을 독자들께 보냅니다. 끝으로 남은 5월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잊혀져 가는 빨간 우체통 앞에서 정원경기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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